개성공단기업, 참아왔던 고충 '봇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06.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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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입주기업 대표 20여 명은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 살리기 대책 촉구' 간담회에서 저마다 자금난과 주문감소 등 심각한 애로를 겪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입장을 내놨다. 개성공단 초기 시범단지부터 입주해 올해 5년차가 된 기업들은 철수도 쉬운 게 아니라며 지금의 악조건이 개선되기를 희망했다. 반면 비교적 최근에 입주한 업체들은 정부가 투자비를 보상하는 등 퇴로가 마련된다면 철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공단 입주기업 재영솔루텍 (654원 ▲12 +1.87%) 대표인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회(이하 협회) 회장은 개성공단 문제로 다음달 2일 열리는 남북 당국간 회담과 관련, "남측 인력의 통행보장과 신변안전, 북한 근로자 합숙소 건설 문제를 즉각 해결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입주기업들에게 긴급 운용자금 즉시 지원 △투자 전액을 보장하는 경협보험 개선 △군사·정치문제 등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참가 대표들의 발언 요지.

박흥식 신원 (1,194원 ▲4 +0.34%) 사장: 시범단지부터 시작해서 5년간 (북측)직원 숙련시켰고 생산성도 나온다. 오늘 떠난다 하면 다른 나라에서 5년간 훈련시켜야 오늘의 생산성이 나올 것인데 옮긴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지원함으로써 신뢰를 주면 기업들도 안정될 것이다.

옥성석 나인모드 사장/협회 부회장= 입주 당시만 해도 세계최고 경쟁력을 갖출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급속도로 최악의 상태로 추락하고 있다. 정부에서 중환자(입주기업)를 응급실에 데려다놓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계속 엑스레이만 찍고 있으니 답답한 상황이다. 버틸 여력이 많지 않은데 당국 회담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창근 SJ테크 대표/협회 부회장= 개성공단만 문제가 아니라 국내 본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직원들한테 죄를 지은 것 같다.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어 가는데 응급실에 실어다 놓고 사람 고칠 생각은 않고 사고 원인만 따지고 있지 않느냐 싶다. 퇴로든 해결책이든 나와야하고 이런 간절한 호소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이희건 나인 대표/협회 이사= 바이어가 개성공단에 들어가려고 했다가 통행제한으로 못 들어갔다. 북측도 북측이지만 우리 정부에서도 일부 통행을 제한했다. 바이어들이 '어떻게 믿고 오더를 주겠느냐' 한다. 통행문제가 개선된다면 바이어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고, 우리 정부에서 (입주기업)유동성 문제나 합숙소·탁아소 건설, 출퇴근 도로 보수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면 이미 돌아선 바이어들이 다시 회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유병덕 범양글로브 대표= 근로자 550명을 신청했는데 지금 102명을 받았다. 18~58세로 나이차가 많아 작업 집중도가 낮다. 남측 관리자가 6명 필요한데 체류증이 1명에게만 나와서 나머지는 작업 중간에 출경을 반복한다. 연말이나 내년까지도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게 답답하다. 투자비만 어느 정도 보상만 되면 지금이라도 옮겨서 새 출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대로는 전혀 희망을 갖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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