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좋죠"…지도부 "쉽지 않아"

심재현 기자 2009.06.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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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면 좋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측근'을 위해 입을 열었다. 정치 현안은 물론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갈등 소지를 낳을 우려가 있는 문제인 것 같다 싶으면 좀체 입을 열지 않던 박 전 대표다. 그런 박 전 대표가 18일 기자들과 만나 친박 성향 무소속 정수성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논란을 두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된다", "안 된다"는 식의 원칙론을 말한 게 아니다. 박 전 대표는 "들어오면 좋죠"라고 했다. 늘 개인 입장을 앞세우기보다는 원칙을 들어 속내를 비치곤 했기에 이번 발언은 '느낌'부터 다르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그만큼 더 압박일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개헌론이나 당 쇄신안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유독 이 문제에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 의원은 4·29 경주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인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을 꺽고 당선됐다. 박 전 대표와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맡은 인연이 있다.

경주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했던 친이계나 재선거 완패로 2달째 진퇴 논란을 겪고 있는 당 지도부로선 정 의원의 입당 신청이 달가울 리 없다. "하필 지금 서둘러 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지도부의 분위기"(장광근 사무총장)라는 말이 나온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경주 선거를 지휘한 지도부의 일원으로 (정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입당이 쉽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해 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희태 대표도 지난 17일 정 의원이 입당 신청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당황했다고 한다. 통상 입당 신청은 당 사무총장과 미리 협의하고 당 대표에게 바로 보고되는데 이런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거나 당 대표를 무시한 처사라는 불쾌감이 들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정 의원의 입당 신청을 거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지도부는 지난 주 원외 친이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과 친박계 현역 의원들 사이에 문제가 된 당협위원장 자리를 친박계에 '양보'했다. 그만큼 친박계와의 화합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속내까지 드러냈는데 입당을 불허하면 모처럼 뗀 화합 첫걸음도 허사가 될 수 있다"며 "당 지도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판단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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