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회담 개막, 각국의 속내는?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조철희 기자 2009.06.16 10:50
글자크기

중·러, 美 헤게모니 넘어 새 질서 구상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과 각국의 분야별 수출 분포↑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과 각국의 분야별 수출 분포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4개국이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정상 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8개국(G8) 총회 당시 한 차례 회동한 바 있지만 독자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 등 4개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국제금융 질서 개편 △세계무역체제 재편 △달러 대체 기축통화 △주요20개국(G20) 강화 △유엔(UN) 개혁 △기후변화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美 지배 질서 흔들기=브릭스라는 이름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국의 속내는 그리 간단치 않다. 겉으론 일단 글로벌 경제위기에 공동 대처하고, 위기 상황 속에서 상호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남을 갖는 모양새다.

그러나 저마다 갖고 있는 경제적 특성도 차이가 크고, 중국과 인도는 접경지역에서 분쟁을 겪을 정도로 각국 사이엔 결합력이 그리 높지 않다. 고성장 신흥경제국이라는 이유로 한 블록에 묶였지만 브릭스가 상징적 블록 이상의 기능을 하거나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들을 결속하고 있는 것은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함으로써 새로운 '기축'이 되고자 하는 구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6일자 관련 기사에서 4개국의 컨센서스 중 하나가 '미국이 세계경제를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中 앞장서고, 러 밀고=질서 재편의 선봉에 선 것은 단연 중국이다. 브릭스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가장 먼저 국제통화기금(IMF) 채권 매입에 나서기로 한 점도 이같은 구상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리더가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헤 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우리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를 바라고, 이머징 국가들의 대표가 되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또 관계가 원만치 않은 인도와 브릭스를 통해 접촉하며 협력의 지점을 찾고 있다. 데이비드 츠바이크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인도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츠바이크 교수는 또 "중국은 미국의 지배에 도전할 수 있는 다자적 틀을 만들어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무너뜨리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인도를 비롯해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브라질은 중국의 이같은 행보에 전적으로 동조하기 힘든 반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러시아가 중국을 뒤에서 밀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브릭스 정상회담 직후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연쇄 단독회동이 예정돼 있을 정도로 양국 사이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여느 때보다 돋보인다. 심지어 '밀월' 관계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주목되는 'G20' 강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인도와 브라질은 중국 주도의 질서 재편 작업에 다소 관망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들 또한 미국 중심의 질서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

특히 브라질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국도 견제할 수 있는 일종의 대안 체제로서 주요20개국(G20)에 주목하고 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G20과 개발도상국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도 G20 강화는 정상들간 핵심 의제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정상들의 관심은 G20에서 신흥국들의 입장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가에 있다. 세계 경제 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7개국(G7) 등 기존 패권국들에 정면 도전하기보다 G20 등 새로운 '다자 틀'을 강화하는 것이 질서 재편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5일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도 제3세계의 위상 강화 등이 강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자본시장의 눈길도 브릭스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가 없을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제안한 '슈퍼통화'(달러 대체 통화)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시장에 전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