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기업 임원의 말이다.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비춰 생뚱맞게 들린다. 진실은 모르겠지만 얼어붙은 정치군사관계 이면에서 실용적 남북관계는 살아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있다.
개성공단을 시쳇말로 '밥 먹듯이' 드나든다는 그의 설명은 이렇다. 현대아산의 직원 A씨와 미모의 북한 한 여성 안내원이 '정분(情分)'이 났는데, 둘이서 사랑에 빠진 걸 알게 된 그녀의 집안에서는 이들을 맺어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현재 남남북녀는 정식 부부가 될 수 없다. A씨는 한국에 돌아가야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안내원의 가족들은 잘 안다. 요약하면 '억류' 또는 '인질극'으로 묘사된 이 사건의 실체는 북한의 한 가족이 딸의 결혼을 위해 A씨를 '데릴사위'로 앉혀 놓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임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실제 개성공단 사람들은 전쟁시나리오는 생각치 않고 있습니다. 입주자들은 냉각기가 어느 정도 지난 후 남북실무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걸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위기의 본질은 '인건비'입니다. 중국이 최근 임금을 크게 올리니까, 개성공단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게 발단이었죠. 실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도 중국노동자 임금의 3분의 1정도 밖에는 안될 정도로 낮은 수준입니다"
한반도 정세는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남북화해의 상징' 개성공단의 실제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