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말랐나…권여사, 침통한 표정 '배웅'

봉하(김해)=심재현 기자, 김지민 기자 2009.05.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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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봉하마을 발인 현장

권양숙 여사는 애써 담담한 표정이었다. 장남 건호씨와 딸 정연씨도 눈물을 참았다. 굳은 표정 속엔 침통함이 묻어났다.

건호씨는 아버지의 영정에 술을 올리고 두 차례 절을 했다. 영정 앞의 절은 길었다. 권 여사와 정연씨는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29일 오전 5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발인식에는 상주인 장남 건호씨와 권 여사, 딸 정연씨, 형 건평씨 등 유족과 친인척, 장의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민주당 이광재·서갑원 의원,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동이 완연히 터온 오전 5시 발인식은 육·해·공군 3군 의장대가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마을회관에서 고인의 영구를 태극기로 감싸는 것으로 시작됐다. 권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등 유족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며 흐느꼈다.



마을회관 앞에는 한 전 총리 등 장례위원들이 도열해 발인식을 지켜봤다.

유족 측은 노 전 대통령의 관을 별도로 제작하지 않고 평소 소탈했던 노 전 대통령의 성품대로 일반인이 쓰는 평범한 관을 준비했다.

태극기로 고인의 관을 감싸는 절차가 끝난 뒤 11명의 3군 의장대원은 노 전 대통령의 영구를 빈소 뒷편에 대기하고 있던 운구차량으로 옮겼다. 의장대원이 든 영정과 무궁화 대훈장이 앞서고 그 뒤로 의장대가 영구를 들고 천천히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겼다. 권 여사와 유족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유족들은 이어 분향소 앞으로 이동해 영정 앞에서 마지막 예를 갖추는 견전례를 올렸다. 유재철 동국대 교수의 진행으로 시작된 견전례에서 상주인 장남 건호씨는 영정 앞에 술잔을 올리고 재배를 올렸다. 이후 모든 조문객이 무릎을 꿇고 앉은 가운데 축관이 축문을 읽는 독축 절차가 진행됐다. 견전례는 조문객 모두가 영정에 2번 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5시17분 견전례가 끝난 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선두로 유족들은 사저를 한 바퀴 돌며 마지막 아쉬움을 달랬다. 조문객들 사이에서 "사랑합니다" "편안히 가세요"라는 울음 섞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5시 26분 운구차가 서서히 마을 어귀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수많은 추모객들은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운구차 운전은 노 전 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이 됐던 1988년부터 21년 동안 청와대와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차를 몰았던 최영씨(45)가 맡았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서거 이후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모여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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