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어귀부터 죽 늘어져 펄럭이는 만장과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이 만들어 나뭇가지 사이에 달아놓은 플래카드, 그리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사람들이 가슴에 담긴 한 마디를 기록한 방명록. 이 속에서 눈에 가장 많이 띄는 문장이다.
부모나 형제가 세상을 뜬 것도 아닌데, 살아가면서 단 한번 만난 적도 없는데 사람들은 노 전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경상남도 한 자락에 놓인 작은 마을, 봉하를 찾는다. 어렵사리 일터에 휴가를 내고, 갓난쟁이 아이를 등에 둘러업고, 친구들끼리 팔짱을 끼고 봉하를 찾아든다.
노 전대통령이 세상과 이별을 고한 날부터 봉하를 지키고 있는 기자의 마음엔 '노 전대통령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라는 물음이 한시도 가시질 않았다. 어떤 존재였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이 "노무현마저 그럴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이제는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노 전대통령과 가족들을 소환한 검찰, 그리고 그 사실을 거르지 않고 써대며 노 전대통령과 가족들을 몰아붙인 언론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불행히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갖출 기회도 없이 노 전대통령은 떠났다. 하지만 늦게나마 전직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진정으로 갖추기를 원한다. 그리고 예우를 갖추는 길은 '인간' 노무현이 생전에 그토록 지키고자 한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다. 소통과 화합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 꿈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노 전대통령에 대한 살아 있는 우리의 마지막 예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