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유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 시장균형가격은 하나의 점(point)이 아니라 밴드(band)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믿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특성이 동일한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시장가격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 빈도가 낮을수록, 부동산간 특성 차이가 클수록 이런 시장균형가격의 밴드는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에서 아파트와 단독주택은 가격결정과정의 불확실성에 대한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의 품질이 균일하고 유형이 표준화되어 있다. 여기에다가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 빈도도 높다. 반면, 단독주택은 품질이나 유형이 제각각이며, 거래 빈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아파트가 단독주택에 비해 가격결정과정의 불확실성이 낮은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단지 규모가 큰 아파트의 가격은 시장상황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격 포착이 용이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의 변화에 가격이 빨리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규모가 작은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은 가격 포착이 어렵기 때문에 단지 규모가 큰 아파트의 가격 변화를 보고 뒤늦게 반응을 한다. 이런 현상을 흔히 정보전달효과라고 한다. 가격 포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단지의 아파트 가격이 전체 주택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의 과도한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이라는 주장도 있고,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른 선도적인 가격변화라는 주장도 있다. 어느 의견이 사실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세계경제의 침체는 암울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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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정책 때문이기는 하지만 경기하강속도가 느려지고 있고, 금융시장에서는 위험 스프레드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전자의 요인이 강하다면 강남지역의 최근 변화는 일시적인 가격 반등에 불과한 현상일 것이다. 후자의 요인이 강하다면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 변화는 시장상황의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강남지역에는 단지 규모가 큰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아 이들 아파트 가격이 주변지역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방향이 어디이건 간에 단지 규모가 큰 아파트의 가격포착 능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자이든, 투자자이든, 실수요자이든 간에 시장움직임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부분에 관심을 집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