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빈소 전역신고 해병은 누구?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5.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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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손영광(해병대 예비역 중위, 30)씨가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시 한 장병과 포옹하며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들고 조문하고 있다.<br>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손영광(해병대 예비역 중위, 30)씨가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시 한 장병과 포옹하며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들고 조문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를 맞았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수 십만 인파가 봉하마을을 다녀갔다. 하루에도 10만여 인파가 몰리는 봉하마을에는 정·관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끊임없이 다녀가지만 노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간직하고 있는 일반인들도 많이 다녀가고 있다.

이런 사연들은 언론을 통해 공개되거나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한다.



하지만 사실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도 하다. 미담도 좋지만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진실은 진실대로 접근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일 언론에 공개된 한 해병대 장교 복장을 한 남자(손영광씨, 30세)의 조문 사진이 대표적이다. 이 해병대 중위가 지난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 시 한 장병과 포옹하며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들고 조문하는 모습이 인터넷에서 화제였다.



네티즌들은 이 사진을 보고 중위 제복을 입은 사람이 바로 사진 속 장병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었고 이런 사연은 순식간에 퍼졌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노 전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을 때 보도내용을 떠올리며 감동적이라는 반응이었다.

해병대 중위가 들고 있던 사진은 지난 2004년 12월 극비리에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노 전 대통령을 한 장병이 뛰쳐나와 포옹한 후 번쩍 들어 올린 모습이 담겼다. 당시 이 모습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됐고 사회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이 이야기는 2년 후에 책으로까지 출간됐다.

문제는 이 사진 속에 있는 인물과 해병대 중위는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것. 또 해병대 중위 복장을 한 사람은 현역 군인이 아니라 지난 2008년 6월 해병대를 전역한 예비역 장교였다.


노 전 대통령을 들어 올려 화제가 됐던 사진 속 주인공은 당시 경비중대 소속이었던 김준석 상병이었다. 더구나 인터넷에 퍼진 것처럼 김 상병이 노 전 대통령을 안을 때 "아버지"라고 하지 않았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었습니다"고 했다.

이처럼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미담 사례로 포장돼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퍼지면서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확인결과, 손영광씨는 자이툰 부대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러면 왜 손씨는 군복을 입은 채 이 사진을 들고 노 전 대통령을 조문했던 걸까.

장교로 군 생활을 마친 손 씨는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은 없었지만 군 생활 시작할 때 이 사진을 접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지휘관이 후임병을 안고 그렇게 웃기란 불가능한데 너무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는 모습에 감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교로서 노 전 대통령의 그런 포용과 아량을 배우고 싶었다"며 "전역하면 꼭 노 전 대통령에게 전역신고를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손 씨는 또 "개인적인 이유로 작년에 제대 후 봉하마을에 올 수 없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문하면서 미뤘던 전역신고를 하러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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