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사는 지난 1976년 설립돼 현대그룹의 무역을 모두 맡았다. 오늘날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는 세계 각지를 누비던 현대상사 덕을 톡톡히 봤다. 2000년 '왕자의 난'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차가 계열분리하며 독자적인 영업활동을 벌여 무역회사로서 현대상사 인수 필요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업계는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관심은 선박 영업보다 현대상사가 벌려놓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대상사는 1999년과 2000년부터 각각 카타르와 오만에서 LNG를 생산하고 1983년에는 호주에서 유연탄도 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경기 불황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해 조선업 비중을 낮추는 중이다. 태양광, 풍력발전을 비롯해 얼마 전에는 러시아 연해주에 소재한 하롤 제르노 농장의 지분 67.6%를 인수하며 농업에도 뛰어들었다. 원유시추선, 드릴십 등 자원개발 관련 선박에서 탁월한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자원개발을 겸한 패키징 비즈니스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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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의 하나로 거론되던 현대차 계열의 BNG스틸은 인수 자금 조달 문제와 현대중공업에 인수 기회를 주자는 집안 내 결정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가격에 달렸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사 보유지분 87.4% 중 50% 이상을 2500억~3000억 원에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 본입찰 마감일인 13일 종가(2만 원)를 기준으로 현대상사의 시가총액은 4466억 원을 형성하고 있다. 지분 50%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를 얹어준다고 가정하면 3000억 원을 조금 밑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사의 중국 자회사인 칭다오 조선소 부실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 이번 인수전 성공 여부는 여기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