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와글와글' 면세점은 '부글부글'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9.05.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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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늘어도 환차손에 수익은 악화..환율 내려도 걱정

손님 '와글와글' 면세점은 '부글부글'


#황금연휴 막바지인 지난 4일, 일본에서 놀러온 친구와 함께 롯데면세점을 찾은 김지영씨(32)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환율 때문에 일본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길 좀 비켜달라'며 양해를 구하는 면세점 직원도 '일본말'을 쓸 정도로 그야말로 '일본인 천국'인 면세점 분위기를 실감했다.



루이비통, 구찌 등 일본인이 선호하는 명품 매장은 입장객이 정원을 초과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넘쳐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면서 면세점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의 속사정은 딴판이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환차손 때문에 수익은 나빠져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롯데, 신라, AK 등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환차손을 감안한 경상이익은 계속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늘면 수익성도 좋아진다. 백화점은 입점한 업체로부터 매출액 대비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매출이 늘면 그만큼 백화점이 가져가는 몫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면세점은 상황이 다르다. 면세점은 면세 사업자가 직접 물건을 매입해와 판매한다. 수입품이 대부분인 면세점이 '환율'에 민감해지는 이유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보통 면세점은 두세 달 전에 발주한 물건을 현재 환율로 팔게 되는데 환율 1400~1500원에 사서 요즘 1200원대에 팔고 있으니 수익성이 나빠져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환율이 안정되고 있는 4월부터가 문제"라며 "그나마 1,2,3월은 고환율이 받쳐줬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매입가와 판매가간 환율 차이가 최소 100원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올 초 100엔당 1600원까지 육박하던 원/엔 환율이 최근 1300원대로 낮아지며 일본인들이 누리는 '환율효과'가 희석돼 일본 고객의 씀씀이도 예전 같지 않다. 내국인 고객들도 지난해 900원 초반 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을 경험한 데다 불황인지라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하면서 내국인 매출 감소폭이 조금씩 줄고 있지만 1200~1300원대 환율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애매하다"고 말했다.

2007년 인천공항공사가 '2기'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임대료를 1기 때보다 두 배로 올린 것도 면세점 업계의 또 다른 골칫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부담을 감안해 인천공항공사가 3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임대료를 10% 인하해주고 있지만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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