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스스로에 대한 사랑

김진한 변호사 2009.05.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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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시장]스스로에 대한 사랑


최근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이 자기 목숨을 버린 뉴스를 들으면서 생명과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글에서 "오늘은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었다" 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민법은 타인의 신체, 자유, 명예를 침해하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인격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지위 또는 신분과 구분없이 모두 신성한 것이어서 다른 사람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타인으로부터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존엄한 신체와 생명, 인격이란 점을 뒤집어 생각하면 자신의 신체와 인격은 스스로도 존중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의 생명과 인격권을 해치는 것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살펴보지 않더라도 가까이 있는 부모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배 아프게 낳아서 먹이고 입히고 배우게 한 자식이 허무하게 먼저 가버렸다면, 그를 가슴에 품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효경(孝經)에서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 해서 자신의 몸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하고 소중하게 다루도록 가르쳐 왔다.



효도를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자신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남을 사랑하듯이 자신 스스로도 너무 너무 사랑해야 한다.

자신을 죽이는 행위의 이유들로는 좌절감, 고통, 스트레스, 외로움, 죄책감, 부끄러움, 견디기 힘든 환경, 이로 인한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 명예회복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이 모두는 사람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욕심을 가지고 있는 고등동물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잘 나가다가 좌절된 사람, 경제적으로 돌파구가 없는 사람, 명예가 극심히 훼손돼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있는 사람, 너무 외롭게 느껴지는 사람,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 등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나 말고도 나를 인정해주고 예쁘게 봐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예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욕심과 목표를 좀 낮춘다면 삶이 그렇게 거칠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할 것 같다. 더욱이 정신이 맑지 못한 상태에서 정하게 되는 결론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 그럴수록 주위에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불의의 사고로 인생을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생각해보면 현대사회에는 살인범죄, 교통사고, 재난사고, 실수로 인한 사고와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런 위험들을 거쳐 오면서 스스로를 가꿔 온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을 포기한다는 건 너무 앞뒤가 맞지 않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의사로 생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생을 마감해야 하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더 크다.

어떤 가난한 이가 바깥바람을 쐬면서 걷고 싶었으나 신발을 살 돈이 없다면서 스스로를 비관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서는 두 다리가 없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안타까워하더라는 말이 있다.

조금만 더 낮은 곳으로 눈길을 돌려 보자. 그리고 자신의 주위에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생각해 보자. 자신을 사랑하면서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면 삶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지고 지금 숨쉬는 공기도 소중하게 여겨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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