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vs SI' 돼지독감 명칭 혼선 '2라운드'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4.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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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SI' 대 'MI'다. 돼지 인플루엔자 명칭을 둘러싼 혼선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돼지독감', '돼지 인플루엔자' 'SI'(swine Influenza의 약어)를 통합한 SI와 새롭게 등장한 '멕시코 인플루엔자'(MI)가 대립하는 형국이다.

돼지 인플루엔자의 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 사이의 감정 다툼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는 29일 "각 언론에서 돼지인플루엔자를 두고 다양한 명칭을 쓰고 있어 혼란이 있다"며 "국제적인 명칭이 정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스와인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의 약자인 SI를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농식품부가 '멕시코 인플루엔자'(MI)로 명칭을 통일키로 했다"고 밝힌 지 하루도 안돼 복지부가 번복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전날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돼지인플루엔자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각 언론사에 MI란 명칭을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부처간 엉킴은 농식품부가 복지부와의 구체적인 협의 절차를 생략한채 단독으로 "MI로 써달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돼지 사육농가가 불필요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발생한 지역으로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가능한 MI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무급 간부는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아서 돼지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농식품부측으로부터 MI 용어 통일에 관한 협조 요청을 받지 못했다"면서 농식품부의 언론플레이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농식품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장급에서 구두로 요청한 것으로 실무진에서는 모를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돼지 인플루엔자 명칭을 둘러싼 혼란은 해외서도 마찬가지다.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기구로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잘 알려진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돼지 인플루엔자 대신 북미인플루엔자'(North-American Influenza)를 쓸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돼지 인플루엔자를 처음부터 사용 중이다.

OIE와 더 가까운 농식품부는 양돈농가 피해를 걱정하면서 MI를 내세우고 있고, WHO와 근접한 질병관리본부는 SI를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WHO에서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한 공식 명칭을 변경하기 전에 한국이 먼저 MI를 쓰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미 인플루엔자로 쓰면 북미에 포함된 미국이, 멕시코 인플루엔자로 사용하면 멕시코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 스페인 독감'이나 '홍콩독감' 등에서도 특정지역과 질병이 연계되면서 해당 국가가 오명을 얻은 사례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혼선이 오래 가면 국민들의 혼란과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두 부처가 최대한 빨리 협의를 통해 용어 혼선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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