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보선은 '박연차 리스트'에 시작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민주당 탈당 뒤 무소속 출마 등 대형 사건들이 터지며 여당의 '국정 안정론' 대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라는 전통적인 재보선 구도를 탈피했다.
한나라당이 부평을에서 승리하면 수도권 민심을 발판으로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의 국정 운영에 힘이 실리게 된다.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박희태 대표는 원외 대표라는 굴레를 벗고 실세 대표로 부상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도 인천 부평을은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이번 재보선을 'MB(이명박 대통령) 정권 심판론'으로 규정해온 민주당으로선 수도권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동영 전 장관을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승부수를 던진 정세균 대표는 인천 부평을에서 이기기만 해도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패하면 지도부 와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 '정동영 바람' 어디까지 = 전주 덕진에 무소속 출마한 정 전 장관은 당선이 유력해 보인다. 따라서 당선 여부보다는 얼마만큼 지지를 얻느냐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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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장관은 지난 15대 총선에서 88.7%로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탈당 사태를 빚으면서까지 정계 복귀를 꾀한 정 전 장관이 5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지역주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거 막판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과반을 득표하게 되면 정치 재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정 전 장관이 공언한 대로 민주당에 복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전주 선거구 2곳에서 패배한다 해도 부평을에서 승리할 경우 당 지도부는 어느 정도 책임론을 비껴가게 되고 정 전 장관의 복당 시나리오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선거의 여인' 박근혜의 힘은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선거 유세에 일절 나서지 않고 있다. "선거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라는 게 박 전 대표 측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는 공식 입장과 조금 다를 것이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경주 재선거에선 친이(친 이명박)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친 박근혜) 정수성 무소속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정수성 후보를 지지하면 해당 행위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찌감치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정수성 후보에게 '마음'을 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공식적으로 정수성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은 만큼 정 후보가 패한다 해도 그리 타격을 받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수성 후보가 당선되면 박 전 대표는 가만히 앉아서 "영남권 맹주", "선거의 여인"이라는 평가를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당장 5월에 있을 원내대표 경선에서부터 친박 의원들의 위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가 '꽃놀이패'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이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