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고 있는' 양도세 중과 완화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4.2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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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목적 갈수록 어정쩡… 말바꾸기, 실효성 등 한계 노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이 갈수록 어정쩡해지고 있다. 당초 '일괄 폐지'라는 정부안은 '투기·비투기 차등적용'으로, 다시 '한시 유예'로 수정됐다. 법안 도입의 목적도 '경기활성화'에서 '1주택 소유 유도'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야당은 이 과정에서 각종 마찰음을 빚고 있고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비롯 의원들은 말바꾸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경기활성화, 1주택 1소유라는 이중 목적조차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이 강력 제기되고 있다. 숱한 논란을 겪고 시행된다해도 실제 효과를 거의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28일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방안과 관련해 "가급적 1가구 1주택으로 유도한다는 정책 방향을 감안해서 차등적인 세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에는 공급에 비해서 수요가 굉장히 많은데 돈이 많다 해서 집을 여러 채 갖게 되면 문제가 있다는 게 국민의 정서"라고 말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애초 정부안(일괄 폐지)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부자감세'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반발이 거셌다. 한나라당은 이에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여론조사(전수조사)를 거쳐 당론을 확정짓기로 했지만, 무응답자가 속출하는 등 난관에 부딪혀 포기했다.

결국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투기지역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내년말까지 유예하고,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 투기지역에 대해서는 10%포인트의 차등세율을 적용해 현행 세율처럼 최대 45%까지 물리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초점을 '경기활성화' 대신 '1가구 소유 유도'로 옮겼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법안은)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들에게 2년간 유예기간 줄 테니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택 소유구조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이런 조치를 취했고, 투기지역으로 예상되는 강남 3구는 대상이 되지 않도록 예비조치까지 취했다"며 "1가구 3주택자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현 이명박 정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공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처럼 경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과연 정부와 여당 의도처럼 무주택자의 주택 실수요가 제대로 형성될 지 의문이다. 다주택자는 중과유예 조치를 받고 당장 팔수록 좋지만 매수세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이번 법안은 또 '칼날이 어디로 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남겼다. 현재 양천구 강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현재 비투기지역이 투기지역으로 다시 지정돼 중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중과를 완전폐지하지 않고 내년말까지 한시유예하기로 함에 따라 비투기지역의 다주택보유자들은 2011년부터 다시 중과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부동산 투기세력을 비롯해 기존 다주택자들이 한시적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 외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국내 경기 및 소비 침체, 고용불안 그리고 향후 부동산가격 향방의 불안 등을 감안할 때 무주택자들이 선뜻 주택을 구매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자산가들은 위축되고 신규주택구입은 기대를 밑돌 경우 이 법안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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