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당초 발표한 내용보다는 후퇴했지만, 단기 급등한 강남 집값을 무시한 채 무작정 다주택자의 양도세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당정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을 논의했던 지난 2∼3월과 현재 시장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며 "단기간 거래 급증과 호가 급등 등 불안조짐이 있다면 최종 결정전에 현실을 반영해 규제 완화폭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정부가 국회 결정을 무시하고 소급적용을 남발하는 등 지나치게 서두른 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제 지역이 강남3구로 한정돼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수습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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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강남 집값이 지난해 말처럼 약세라면 몰라도 최근 상승장에서 양도세 중과를 전방위적으로 폐지하기는 국회나 정부 모두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정치권의 제동을 내심 반길 것"이라고 밝혔다.
일관성없는 정책 때문에 시장이 혼선을 겪고 있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세무법인 다산 주용철 세무사는 "정부가 양도세를 중과하든, 일반세율을 적용하든 시장 수요자는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 적응하게 돼 있다"며 "다만 이번 양도세 헤프닝처럼 세제 기준이 갑자기 달라지면 시장의 혼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강남 거래 올스톱, 호가는 숨고르기=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대상에서 제외된 강남권은 거래가 완전히 중단됐다. 매도·매수자 모두가 "최종 결과를 지켜보자"며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개포동 G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가 백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거래가 중단됐다"며 "몇 개월새 급등한 호가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앞으로 세제 혜택이 전무한 만큼 매물이 급감할 가능성도 크다. 대치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폐지 소식 이후 시장에 나왔던 매물들이 대부분 회수됐다"며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이 컸던 매수대기자들도 한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를 믿고 이미 주택을 거래한 사람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양도세 중과 폐지 적용 여부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금액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도곡동 H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산 사람은 고사하고 수년간 보유했던 주택을 처분한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