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강남 '주식 큰손'이 분주"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04.28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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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큰손의 귀환/ 인터뷰-이동훈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 지점장

"지금은 강남 '주식 큰손'이 분주"


“부자들은 성향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시장 대응에 좀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큰 손들은 부자 가운데에서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일부 부자에 해당한다고 보면 맞습니다.”

명동에서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이동훈 동양종금증권 (2,950원 ▲10 +0.34%) 골드센터 지점장의 얘기다.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 움직이는 부자들은 일반적인 부자가 아니라, 주식으로 부자가 된 속칭 ‘주식 큰 손’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식 큰 손’들은 항상 남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명민한 모습을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주가가 계속 올랐기 때문에 약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고, 한 차례 큰 폭 조정이 올 때 부자들이 꽤 움직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의 3가지 유형은?

강북부자들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명동에서 부자(VIP)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이 지점장은 강북부자와 강남부자, 자수성가형 부자들의 특징을 이렇게 얘기한다.


강북부자는 주로 성북동 평창동 구기동 등에 거주하는 타고난 부자, 속칭 로얄 패밀리들이 많다. 점잖은 성격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투자성향은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안정형에 속한다.

반면 강남부자는 금융상품이나 주식 시황 등 금융 분야에 상당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으며 자기과시욕이 강하다. 투자에 있어서 강북부자보다는 적극적인 편이다. 요즘 움직이는 소위 ‘주식 큰손’이라 하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자수성가형 부자의 경우 그야 말로 안 먹고 안 입고 자린고비처럼 아껴서 부자가 된 케이스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투자하는 데 인색하다. 생활이 검소하고 소박하다. 하지만 자식에게는 교육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투자하는데 있어 아낌이 없고 열성적이다.

◆"부자들이 더 짜다?"

그는 자수성가형 부자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금융자산만 200억~300억원을 갖고 있던 거액 자산가 고객이 한명 있었다. 그는 자전거 애호론자였다.

“자동차는 기름이나 먹지 뭐하러 타? 자전거가 건강에도 좋고 돈도 절약되고 딱이지.”

이 부자고객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전거를 타라고 권유했다. 그는 30분 정도 되는 거리는 웬만하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그래도 옷만은 양복을 입었다.



하루는 지점 앞에 허름한 짐자전거가 있어 ‘이게 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그 짐자전거를 탄 사람을 보니 바로 이 고객이었다. 자전거를 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 이런 짐자전거를 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한번은 이 부자고객이 지점장에게 “돈을 좀 벌었으니 점심 대접을 하겠다”고 얘기했다. 지점장은 거액 자산가에게 점심 한끼를 대접받는 것이니 '뭔가 특별하겠지'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이 고객이 데려간 곳은 베트남 쌀국수집이었다. 거기에서 6000원하는 쌀국수 한그릇을 대접한 것이 전부였다. 다른 사이드 메뉴도 일절 없었다.

처음엔 초라한 대접에 약간 실망했지만, 이 지점장은 검소한 생활태도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밥 한끼에 너무 호사를 부릴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주식 쇼크는 주기적으로 나타나"

이 지점장은 1981년 동서증권에서 증권사에 입문했으니 만으로 28년째 금융시장에 종사하고 있다. 그야 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다. 조사부, 경제연구소, 홍보실 등도 거쳤지만 주는 브로커리지(소매영업)였다. 주식시장이 급등할 때나, 폭락할 때나 변함없이 주식시장을 지켜봤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곳에서 머물러 있었던 소감은 어떠할까.

“주식시장에 입문해서 처음 충격을 받았던 때는 1990년 10월이었어요. 서울올림픽 특수로 1989년 1000까지 갔던 주가가 근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어요. 당시 신용거래가 유행이었는데 1000만원의 증거금만으로 많게는 50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했어요. 그런데 주가가 반토막이 되어버리니 순식간에 계좌가 깡통이 되어버린 거죠. 엄청난 쇼크였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지난해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습니다. IMF 사태 때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죠. 이런 폭락을 겪으면서 웬만한 쇼크에는 담담하게 대처하게 됐습니다."



그는 경험적으로 볼 때 통상 10년에 한번씩 주식시장이나 경제에 위기가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도 이것에 해당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우리 경제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급락했던 것만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개인투자자가 알아야 할 4가지 투자요령은?

28년 동안 주식시장의 현장에서 일해 왔던 경험자로서 개인 주식투자자에게 건넨 충고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4가지를 당부했다.



한가지는 남들이 주식시장에서 잘 쳐다보지 않을 때, 즉 주식이 쌀 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바닥이라는 징표로 그는 신문기사를 활용하라고 했다.

즉 종합일간지 1면 톱에 '침체' '불황'이라는 말이 나오면 바닥이고, 반대로 '호황' '급등' 이라는 말이 1면 톱으로 나오면 대체로 꼭지라는 것이다. 이 지표가 대부분 정확했다고 그는 얘기했다.

두번째는 주식은 반드시 유행을 타는 종목보다는 우량 실적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과 이익에서 성장세를 타는 우량 종목을 선별해서 투자하게 되면 꾸준한 수익은 물론, 주가 폭락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우량주들은 일시적으로 주가가 빠져도 대체로 기다리면 빠르게 회복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번째는 수익과 손절의 기준을 항상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10~30% 전후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욕심과 두려움을 버리고, 수익률과 손절을 철저히 지켜야만 큰 낭패를 겪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자산은 항상 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식 펀드와 같은 위험 자산과 현금 CMA 채권과 같은 무위험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야만 어떠한 경우가 닥쳐도 무리가 없다는 조언이다.

◇이동훈 지점장 약력
58년 서울생
중앙대 경제학과졸, 고려대 경영대학원 재무학과 졸업 ( MBA )
81년~98년 : 동서증권 : 조사부, 경제연구소 (경제, 기업, 시황) 홍보실, 영업추진부, 지점 영업(명동), 지점장(목동, 안양)



98년~2006년 : 삼성증권 : 지점장(목동, 강서) 온라인 전략팀장, 마케팀장

2006년~ : 동양종금증권 : 선릉역지점장, 골드센터 지점장(영업부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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