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깬 부자들, 주식에 올인(?)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2009.04.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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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큰손의 귀환/ 증시

펀드 깬 부자들, 주식에 올인(?)


"최근 지점 예치금 회전율이 지난해 말보다 3배 정도 늘었어요. 자산가들이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의미죠."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증권사 지점에서 근무하는 PB는 최근 지점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던 지난해 말에는 자신이 맡고 있는 100억원의 예치금 중 하루 회전율이 3억~4억원에 그쳤지만, 지금은 하루에 10억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수익이 나야만 예치금을 움직였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자산가들의 '머니 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위 '큰 손'으로 불리는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대 고비를 넘겼다는 관측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움츠리고 있던 자산가의 투자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주식 투자뿐이 아니다.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공모주 청약이나 유상증자를 비롯해 채권에도 많은 자산가들이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 자산가들로 '북적'

"보유하고 있던 펀드를 모두 깨서 주식에 투자할 정도에요."

류남현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부장은 자산가들의 최근 투자 동향을 이같이 표현했다. 얼마 전 펀드에만 투자하던 한 고객이 펀드를 모두 해지한 후 주식으로 갈아탔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심리가 많이 완화됐습니다. 현금을 건네며 유망한 종목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펀드는 오히려 환매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산가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류 부장은 "최근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오르다 보니 증시 조정 때 투자에 나서려고 기회를 엿보는 예비 투자자들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자산가들의 바쁜 움직임은 수치상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대량주문 건수가 4월 들어 급증했다. 1억원 이상 주문건수는 1월 6798건, 2월 6099건, 3월 7280건이었지만 4월에는 1만4125건으로 불어났다.

투자자예탁금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30일 10조147억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2월27일 10조3015억원으로 증가했다. 3월에는 전달보다 2조6400억원 가량 늘어 12조9422억원에 달했고, 4월21일 현재는 15조265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 블루오션'



공모주시장 역시 자산가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청약 경쟁률은 200대 1~300대 1을 가뿐히 넘을 정도다.

지난 4월6~7일 청약을 받은 에이테크솔루션 (6,450원 ▲200 +3.20%)의 경우 무려 1496.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14~15일 청약을 받은 티플랙스 (2,775원 ▲10 +0.36%)도 경쟁률이 1246.72대 1에 달했다.

역시 4월에 공모주 청약을 받은 에스앤에스텍 (24,250원 ▼500 -2.02%)은 460.23대 1, 엔에스브이 (135원 ▼100 -42.5%)는 561.15대 1, 네프로아이티 (0원 %)는 403.78대 1, 우림기계는 468.06대 1, 신텍은 384.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안수진 우리투자증권 PB서초센터장은 "공모주시장에도 자산가들이 몰리고 있다. 우리가 주간사를 맡은 신텍 공모주 청약에서도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 청약 종료 마지막까지 경쟁률을 살피며 청약에 임할 정도로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PB 역시 "일반적으로 소액투자가 많지 않은 공모주 청약의 경쟁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많은 자산가들이 공모주 청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채권 '알짜 투자처'



"유상증자나 채권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자산가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강남 자산가들을 상대로 상담 및 자산 관리를 하고 있는 증권사 PB의 전언이다.

안수진 센터장 역시 "자산가들은 보통 주식 투자를 할 때 단타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한다"며 "하지만 유상증자는 단기에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진흥기업 (836원 ▲4 +0.48%)은 4월15~16일 보통주 1억5000만 주를 주당 940원에 일반 공모 방식으로 발행했고, 16.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4월22일 현재 주가는 1420원까지 올랐다.



안수진 센터장은 "유상증자는 보통 가격을 10%가량 낮게 발행하는 데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후 보름 정도 후에는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가들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채권시장도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다. 류남현 부장은 "채권이 예금에 비해 리스크는 높겠지만 최근 고금리의 우량 회사채가 속속 발행되면서 회사채를 사들이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 증시가 과열된 면도 있으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의 정석을 자산가들도 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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