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WTO 쇠고기 피소 대응은

류병운 홍익대 교수(국제통상법) 2009.04.23 13:40
글자크기
[MT시평]WTO 쇠고기 피소 대응은


캐나다가 결국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금지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광우병이 발생국가로부터 수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문제 삼은 것이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15마리 발견됐고 2002년 1명의 인간광우병환자가 발생 사망했다.

앞으로 캐나다는 한국의 조치가 양적규제 금지 원칙을 규정한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 제11조와 현재 호주, 미국 쇠고기의 수입은 허용한다는 점에서 GATT 제1조의 차별금지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한국은 그 조치가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GATT 제20조의 일반적 예외로서 허용된다는 반론을 펼 것이다.



WTO는 회원국이 위생(검역)조치를 위장된 무역장벽으로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SPS협정을 두고 있다. 이 협정은 위생조치가 '과학적 증거'와 투명한 위험성 평가 절차에 의해 뒷받침될 것을 요구한다.

다만 국제기준이 존재하고 위생조치가 그 기준에 부합하면 SPS협정에 합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동물(쇠고기)에 대한 국제(위생)기준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정한다. 따라서 현재 과학적 요건이 충족된 독자적 쇠고기 위생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은 OIE의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비록 OIE의 기준자체는 국가에 대해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효력만 갖지만 SPS 협정에 의해 국제기준으로 편입된 이상 WTO회원국인 한국은 그 기준에 구속된다. 그런데 OIE는 캐나다를 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로 분류하고 있고 한국은 캐나다 쇠고기가 특별히 위험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향후 한국의 패소가 예상된다.

정부는 일단 캐나다와 협상을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2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는 협의절차 단계에서 분쟁을 매듭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패소 판정 후 WTO 분쟁해결기구 권고에 따라 캐나다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처럼 어차피 패소 가능성이 높다면 협의 단계에서 빨리 분쟁 끝내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은 복잡할 것이다. 촛불집회의 악몽은 국익만을 고려하는 협상을 어렵게 할 것이다. 더구나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재개정하려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이를 여당이 밀어붙이면 꺼졌던 촛불을 되살릴 수 있다. 정부가 이런 위험을 부담하느니 차라리 두 번째 시나리오를 선택 WTO의 초국가적 외풍(外風)을 이용 공을 국회로 넘기는 것이 더 쉬워 보일 수 있다.


즉 교차보복(cross-retaliation)을 포함한 보복절차나 캐나다에 대한 배상금 지급해야 하는 상황 직전까지 몰고 가서 국회로 하여금 '가축전염병예방법' 재개정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WTO 상소기구에서 결론이 나기까지의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도 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가 가혹할 수 있다는데 있다. 현재 마무리 단계의 캐나다와의 FTA협상 타결이 어려워진다. '30개월 미만'의 쇠고기 수입 조건 폐지를 한ㆍ미 FTA과 비준과 연계시키려는 미국이나 EU가 이번 제소에 참가할 수도 있다.



패소 판정이 나오면 비슷한 줄 제소가 뒤따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G20에서 세계 경기 침체 상황에서의 보호무역주의 혁파를 천명한 바로 그 한국이 WTO규범을 위반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힐난에 직면하게 된다.

합의절차에서 캐나다 쇠고기를 수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분쟁을 종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국회도 국익차원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의 재개정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한 업체가 재고로 쌓인 미국 쇠고기 500톤을 헐값으로 중국에 수출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캐나다 쇠고기 수입허용에 따른 추가 피해는 경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충분한 경보 시스템 하에 만일 캐나다에서 광우병소의 발생 등 위험이 증가하면 다시 GATT 제20조에 근거한 금수조치나 SPS협정상의 잠정조치를 발동해 다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