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롯데, 가전유통 집어 삼킬까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9.04.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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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소형가전 통합구매 추진..성공하면 가전 전 분야로 확대 계획

'유통공룡' 롯데가 밥솥, 다리미 등 소형 가전제품의 통합구매에 나선다. 롯데는 소형가전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가전 전 품목에 대한 통합구매를 추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어 관련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롯데닷컴 등 3개 유통 계열사들은 그룹 정책본부 산하 통합구매팀(CFD)의 지휘 아래 밥솥과 다리미 등 소형가전 제품의 통합구매를 추진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통합구매를 통해 제조업체와 교섭력을 강화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겠다는 차원"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계열사간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통합구매를 조만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 롯데백화점은 고객층과 제품군이 달라 이번 통합구매에서는 제외된다.

롯데는 소형 가전부터 통합구매를 시작해 내부적으로 시스템이 정착되면 점차 가전 전 분야로 통합구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계열사간의 구매 구조와 이해관계가 달라 가전제품 전 분야에 대한 통합구매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가전 분야는 삼성 LG 등 제조업체가 자체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가 많아 유통마진이 가장 박한 분야 가운데 하나"라며 "어느 한 계열사가 통합구매하고 이를 다른 계열사에 재판매해야 하는데 물류나 재고비용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아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홈쇼핑이 취급하는 가전품목은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며 "이런 특성을 감안해 지난 2월 홈쇼핑 내 TV, 인터넷, 카탈로그 등 각사업부별 가전 상품기획을 통합해 성공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삼성 LG 등 제조 브랜드의 힘이 강한 상황에서 다른 유통채널까지 통합구매가 확산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홈쇼핑은 몇 가지 제한된 품목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이어서 홈쇼핑을 통해 이미 네비게이션이나 디지털 카메라 등을 함께 공동구매한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마트에서 취급하는 가전 품목이 훨씬 많아 통합구매 방식이 전 품목으로 확산될 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한 대형 전자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가전제품 공동구매 전략에 대해 "판매 채널별로 가전제품 공급가격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일괄구매가 가능하겠느냐"며 "상식적인 선에서 롯데의 계획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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