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기업, 회사채 '단타' 발행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4.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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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기업 만기1년 위주..장기 자금조달 아직 불투명

올 들어 신용위기가 수그러들면서 회사차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만기가 3년 미만인 단기 채권의 비중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발행목적이 설비투자 등을 위한 안정적인 장기 자금 보다는 위기에 대응한 대기성 자금 마련에 치중했음을 시사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발행된 공모 회사채 발행(8일 기준)은 총 219건 20조989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만기 3년 미만인 회사채는 92건 7조7636억원으로 전체의 37%에 달했다.

만기 3년 이상인 회사채 가운데 SK텔레콤(AAA)이 지난 1월과 3월 각각 400억원과 2300억원 규모로 발행한 만기 7년짜리 회사채(59-1회차, 60-1회차) 등 극히 일부를 빼면 대부분 3년이었다.



특히 3년 미만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AA-'급 이하였다. 우량 기업은 낮은 금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했던 반면 비우량 기업은 시장 여건이 아직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A'등급인 여천NCC도 같은 달 1년 만기 회사채(61-1회차) 800억원을 내놨고 신용등급이 같은 대한통운도 만기 1년6개월짜리 회사채를 지난 1월과 2월 두 번에 걸쳐 1150억원 어치 발행했다.

지난 1월 동양메이저는 만기 1년짜리 회사채 2000억원을 금리 11.5%에 발행했다. 이 회사의 신용도는 투기등급인 'BB+'다. 또 계룡건설산업(A-)은 지난달 6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회사채(25회차)를 내놓은 것을 비롯, 신세계건설(A, 2-2회차)과 한화건설(BBB+, 38회차)이 만기 1년6개월 회사채를 각각 1000억원, 1600억원을 발행했다.


신용등급 A+인 한진해운은 지난 2월 만기 2년(900억원)과 3년(1600억원)을 포함해 만기 1년인 회사채 5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같은만기가 2년이 채 안 되거나 1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건설·해운업이 주를 이룬 셈이다.

유동성 우려가 잠재된 업종에 속한 기업은 여전히 높은 금리로 발행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좀처럼 장기간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회사채의 절반 가량이 증권사 지점에서 개인투자자에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점에선 만기 3년 이상의 장기물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단기 채권을 위주로 발행하다보니 기업 입장에선 회사채를 통해 차익금 기간 구조를 개선시켜 유동성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못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기업은 그간 자금 조달 창구가 막혔던 상황에서 어려울 때 잠시 이용했던 비상수단용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며 "만기 3년 미만의 단기 위주의 회사채 시장으로 재편될 경우 국내 경제의 변동성을 키울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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