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임기가 시작됐지만 국회는 열리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전국이 촛불로 뒤덮이자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갔다. 원 구성 협상도 쇠고기 사태와 연계돼 국회는 무려 82일이나 지각 출발했다.
파행의 절정은 연말연시에 찾아왔다. 지난해 12월 수차례 협상에도 불구하고 2009년 예산안은 결국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야당 의원들은 예산안 반대 투표를 포기하고 본회의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고, 여당 의원들은 낯뜨거운 자축을 서로 주고 받았다.
다수 의석의 힘으로 쟁점법안들을 무더기로 단독 처리한 한나라당에 맞서 민주당은 본회의장 점거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멍하니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고, 민주당은 본회의장에서 끌려나가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새해를 맞아서도 국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국회의사당 곳곳에서 활극이 벌어졌다. 몸싸움을 하다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는 의원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 사이 법안들은 토론과 심사를 거치기보다 여야 지도부의 일괄 협상으로 졸속 처리되기 십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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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야 모두 경제살리기를 외쳤지만 정작 당 내부의 갈등과 분란조차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보였다. 한나라당에서는 위태로운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갈등이 계속됐고, 민주당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귀로 내홍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