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대강 살리려면…

이재응 아주대학교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 2009.04.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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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대강 살리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홍수, 가뭄, 수질오염과 같은 물 문제를 해결하고 하천 이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홍수조절 기능이 하류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대도시는 어느 정도 하천범람 피해로부터 안전한 반면,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은 아직도 홍수에 취약하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주변 지역과 어울릴 수 있는 중ㆍ소규모의 환경친화적 댐 건설이 포함돼야 한다. 중ㆍ소규모 댐의 개발은 홍수뿐만 아니라 가뭄에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고, 재생가능한 청정에너지인 소수력발전이라는 부가적 편익을 창출할 수 있다.

둘째, 최근의 집중호우 및 장기 가뭄 등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은 바다로 방류되는 수자원과 홍수량을 저장할 수 있는 물그릇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댐 건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물그릇을 늘리는 방법으로 기존의 중ㆍ소규모 저수지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원래의 용도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거나 새로운 목적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농업용댐, 그리고 발전용댐을 그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농업용수댐은 농지의 감소 및 도시화로 인해 원래의 목적을 잃었거나 공급실적이 저하된 댐이 많이 있다. 또 발전용댐도 우리나라에서 수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짐에 따라 그 중요성이 감소되고 있다.

이러한 댐들의 용도를 일부 또는 전부 변경해 생활용수 공급이나 홍수조절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ㆍ치수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댐의 용도변경은 각 기관의 이해관계와 소유권 이전문제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농업용수댐과 발전용댐의 운영실적의 변화를 조사해 재개발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그동안 대하천에 비해 소홀히 다루어졌던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하천 유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자원개발 여건이 떨어지는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건천화 등 하천유량의 부족으로 용수원의 역할이 어려워지면서 가뭄과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제방 건설, 준설, 하도 직강화 등 과거의 하천정비사업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지방하천에 적합하지 않다. 지방하천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 하천 살리기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이제 기후변화는 가정이나 예상이 아닌 현실로써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모든 측면에서 인간과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물과 관련해서 유역의 수자원과 하천유량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강우량은 증가하면서 강우일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홍수와 가뭄 등 극단적인 수문 현상이 전보다 더 심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수문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후변화의 영향까지 고려해 미래에 대비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그 명칭 그대로 ‘4대강을 살린 사업’이었다고 후대에 평가받기 위해서는, 사업 종료 시한을 정하기 보다 철저한 계획 하에 단계적으로 사업이 수행돼야 한다. 물론 경제상황이 매우 어려운 현 시점에서 실물경기 회복이 급선무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졸속 추진을 피하고 우리나라의 설계 및 시공능력을 감안할 때, 모든 하천에서 동시 다발적인 사업을 시행하기 보다는 치밀한 계획 하에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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