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 M&A 자문 '덤핑' 공세

더벨 김민열 기자 2009.03.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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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광물공사 비딩서 2위.."수수료 싸지만 노하우 부족"

이 기사는 03월24일(09: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요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이슈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 공기업의 자문 수주를 따기 위한 국내외 투자은행(IB)들간 경쟁이다.

지난해말 대우조선해양(DSME)매각이 결렬된 이후 메가 딜이 실종된 가운데 한국석유공사(KNOC), 한국가스공사 (50,800원 ▲3,700 +7.86%)(KOGAS), 광물자원공사(KORES) 등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들이 일제히 인수 자문사 선정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목표로 삼는 딜 사이즈는 최대 수십억달러에 달해 일단 자문사로 선정되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글로벌 IB들간 치열한 수주혈전이 벌어지면서 맥쿼리의 수수료 덤핑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스공사 M&A에 맥쿼리가 제시한 수수료는 다른 IB의 3분의1수준인 150만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딜 사이즈에 따라 각각 다른 수수료를 써냈지만 맥쿼리가 수수료 저가 공세에 나서자 경쟁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도 비슷한 양상의 덤핑 경쟁이 벌어졌다.

맥쿼리는 공기업들이 감사원 감사 등으로 인해 자문사 수수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일각에서는 한국 맥쿼리가 딜을 따지 못할 경우 추가 인력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때 130명까지 늘어났던 맥쿼리 기업금융부문 인력은 수차례 실시된 구조조정으로 현재 70명이 남아있다.

특이한 점은 맥쿼리가 다른 IB보다 월등히 낮은 수수료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문사 평가결과 2위에 그쳤다는 점이다. 가스공사의 경우 메릴린치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광물자원공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정KPMG가 1등을 차지했다.

해외자원개발 M&A 특성상 해외 정보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데, 호주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트랙레코드가 별로 없는 맥쿼리가 높은 점수를 받는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문제는 덤핑 수수료로 2위를 차지한 맥쿼리의 영향으로 다른 IB들이 수수료 인하요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메릴린치는 조건 등이 워낙 까다로워 자문사 계약을 못 맺고 있으며 CS와 삼정KPMG도 수수료 인하요구를 받았다.

다른 IB와 달리 맥쿼리가 저가수주 공세가 가능한 것은 특이한 수익구조 때문이다. 대형 IB에 비해 취약한 자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맥쿼리는 인프라펀드 등 자신들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왔다. 펀드를 만들어 운용수수료도 받고 M&A자문 수수료도 챙기는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

이번 자원개발 M&A 역시 미국 및 유럽계 대형 IB들은 한국과 홍콩, 본사 등 총 3곳에서 관련 인력들이 투입되지만 맥쿼리는 호주 본사 인력 1-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국 인력만으로 딜을 이끌 예정이다. 자연스레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하지만 저가 수주 이후 딜 성사까지 험난한 여정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 딜과는 달리 크로스보더 M&A의 경우 해외 인력의 능력 정도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인도 등과 경쟁하는 관계에서 수수료가 박한 한국에 양질의 매물을 소개할 IB는 어느 곳도 없을 것”이라며 “저가 수수료는 회사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매물소개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한국 공기업들의 자원개발 성과도 기대이하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맥쿼리는 지난해에도 덤핑수주로 딜을 따낸 적이 있다. 8억달러 규모의 하이닉스 전환사채(CB) 발행 당시 시중금리보다 2%포인트나 낮은 발행금리로 총액인수 조건을 제시, 골드만삭스와 공동 주관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사채 발행여건이 악화되면서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맥쿼리가 이번 에너지 공기업 딜에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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