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급매' 광고 주의보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03.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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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업자가 '급매'로 현혹, 임대수익률 보장도 장담못해

↑ 최근 지하철에 붙은 '급매' 광고 ↑ 최근 지하철에 붙은 '급매' 광고


'급매, 월세 잘나오는 상가' '연수익률 14%, 임대수익 확정'

최근 신문과 지하철 광고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고 내용이다. 경기불황에 안정적이고 고수익 투자처를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투자했다간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실투자금 연수익률 18%’라고 광고하고 있는 구로구 A 아웃렛몰. 총 9층 규모에 패션잡화, 웨딩홀 등을 갖춘 복합쇼핑몰인 이 곳은 지난달 27일 오픈해 임대광고가 활발하다.



당시 분양가는 점포당 6800만원~1억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4700만원에 ‘급매’로 광고하고 있다. 시행사 측은 “일반 분양이 끝났지만 목이 좋은 A급 회사보유분 자리를 풀었다”며 “7년 임대계약이 체결돼 있어 분양받으면 안정적으로 월세 85만원을 매달 받을 수 있고, 1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을 수 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백화점 상권이라 일단 월세 받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원금도 보장되고, 마음대로 팔수도 있다”고 장담했다.



#은평구 B 상가도 ‘10년간 임대수익 확정’이라는 ‘급매’ 광고가 나돌고 있다. 2005년 지어진 지하 8층~지상 16층 규모의 백화점식 테마상가로 킴스클럽, 2001아울렛, CGV 등이 입점해 있다. 이곳은 지난해 6월 잔여점포를 분양했을 당시 분양가는 점포당 7000만~1억50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최근 5000만원 투자시 10년간 월세 65만원을 받을 수 있는 ‘급매물’로 나왔다. B상가 분양업자는 “E업체가 10년 동안 영업하기로 계약돼 있어 월세는 확실히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광고에 상가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A상가 분양관계자는 “광고를 본 사람들의 전화상담 건수가 늘었다”며 “우선 신청계좌에 100만원을 먼저 입금해 자리를 잡아놓고 주말에 와서 둘러본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 상가 건물에 붙은 오피스 임대 현수막↑ 상가 건물에 붙은 오피스 임대 현수막
하지만 광고만 믿고 성급히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상가 인근 관계자는 “B상가의 경우 2005년 지어졌는데 분양이 잘 안돼 최근 다시 분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혁준 상가114 팀장은 “분양이 잘 안된다는 소문이 돌면 이미지가 나빠져 한참 뒤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분양한다”며 “미분양된 물건을 회사 측에서 남겨둔 잔여분으로 속이거나, 쇼핑몰을 백화점으로 포장해 안정적인 수익처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시중가격보다 싼 시세에 처분하는 '급매'로 위장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주인이 직접 매매한다고 광고한 한 상가에 전화를 해보니 분양업자에게 전화를 돌렸다.

또 임대수익 보장도 불확실하다. 주변상권의 활성화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마상가는 초기수익은 어느 정도 나오겠지만, 나중에 매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기간이 10년이어도 수익률은 2년만 확정 지급하는 경우가 많고 시행사가 부도나면 시행사 보증서는 백지화돼 효력이 없어진다”며 “장사가 잘돼서 상가가 계속 유지되면 좋지만, 기존에 장사를 하고 있는 업체마저 계약을 파기하고 나가면 임차인은 구하는 것은 순전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동대문 등 서울의 중심 상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라 상가투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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