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뒤로가는 '규제기능'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09.03.11 07:30
글자크기

[방통위 출범1년(하)]객관성·전문성 갖춘 심결지원 '절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기존 조직을 '4개국 37개과 6관'으로 개편한 조직개편안을 제출했다.

네트워크정책관은 국으로 승격하고, 비상계획관은 과로 낮추고, 정책기획관을 신설했다. '대과제'에 차원에서 심결지원팀과 의안조정팀, 방송환경개선팀, 지역방송팀, 네트워크윤리팀은 없앴다. 또, 기존 기술정책팀과 방송위술기술과를 합쳐 전파방송산업과(가칭)로 개편하고, 감사팀과 정보전략팀은 과로 바꿨다.

이 방통위 조직개편안은 '대국 대과제' 골격에 맞춘 것이다. 그러나 이 조직개편안은 규제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규제기관 역할론'에 비춘 방통위 조직에 대한 보완점으로 '시장 감시 기능'과 '상임위 의결지원' 조직에 대한 강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가지 지적은 규제기관이 갖춰야 할 객관성과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일어난 불법행위에 대한 사전조사와 사후조사는 규제기관으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그럼에도 새롭게 출발한 방통위는 규제기관다운 시장 감시 기능을 기대만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방통위내 조사기능은 '이용자네트워크국' 내 '시장조사과'와 '통신이용자보호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들은 현장조사를 위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실무자가 다른 과보다 많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현재 인력으로는 각종 현안을 모두 조사한다는 것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공무원 조직이지만 법률이나 회계전문가들을 배치, 조사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흘러나온다. 지난해 사업자들이 유권해석을 요청한 '080간접접속(감 서비스)'에 대해서도 갑론을박만 반복하다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전문 인력 부족에 따른 현상으로 진단된다.

조사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은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조사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로 시장을 감시하는 사후규제 기능이 점차 강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방통위의 이 같은 태도는 '수동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통위 역할 가운데 하나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불법행위를 항시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결지원' 기능은 아예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경우는 상임위원마다 별도의 심결지원 조직을 두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심판관리실'을 두고 상임위원들의 의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아주 사소한 내용도 상임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현재 구조에서 심결조직까지 없다보니, 업무효율성은 그만큼 뚝 떨어진다. 심결조직만 있으면 안건내용을 한번만 설명해도 되지만, 이 조직이 없는 방통위는 안건내용을 5명의 상임위원마다 별도로 사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직원들도 심결조직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의결안건에 대해 복수안을 만들어서 상임위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면서 "상임위원별로 생각차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설명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결조직이 있으면, 이 과정을 줄일 수 있어 의사결정이 한결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이 기능은 아예 사라지게 됐다.



일부에선 미국 FCC처럼 상임위원별로 '정책보좌역'을 둘 수 있는 규정을 만드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상임위원은 아예 과 단위의 정책보좌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방통융합은 물론 방송, 통신 개별 영역에서 각종 제도에 대한 전문성이 담보된 '정책비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융합 태동기에 출발한 방통위는 상임위원의 심의의결이 일관된 규제철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조건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며 "상임위원이나 개별 구성원의 객관적 판단이나 전문성 담보에 호소하는 것은 조직발전에 근원적 대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