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합의제 기구로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계도 드러냈다. 인사·조직운영 등 행정처리가 지나치게 위원장에게 쏠려있고, 상임위원회는 온갖 잡다한 안건까지 처리하다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종 결정이야 그렇다 쳐도 인사는 운영과장의 보고를 위원장이 직접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유관부처와 협의 진행 과정은 물론 국무회의 및 국회 대응도 실, 국장(1급)의 보고 역시 위원장이 직접 받아야 한다. 외부 일정이나 출장 등으로 위원장이 조직을 비울 경우 '전결'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셈이다. 위원장조차 사무총장직 신설에 찬성하는 현실적 이유다.
독임제 역할을 수행할 조직의 필요성은 상임위원회에 걸리는 과부하에서도 제기됐다. 방통상임위는 1년간 총 55차례의 회의를 개최해 323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의결안건이 280건, 보고안건이 43건이었다. 사실상 지난 1년간 '모든 안건'이 상임위원회를 통해 처리됐다.
1일 평균 6건에 달하는 안건은 경중이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하루안에 의결하기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상임위 의결까지 거쳐야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 더구나 이 사안들이 상임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기까지 각 실국별 상임위원 개별보고, 상임위원의 비공식 간담회 등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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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때문에 방통위 내부에서는 가동 초기부터 사무총장직 필요성과 이를 위한 '설치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현재 방통위 설치법에는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위원회에 필요한 사무조직을 둔다(17조)'는 규정이 있지만 다소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망라해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 사무총장직 신설을 골자로 한 설치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정무직(차관급)을 사무총장직으로 하는 수정 법안을 제출한 안형환 의원(한나라당)은 "중요성이 덜한 업무까지도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는 사례가 많아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량 증가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정책결정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독임제적 기능을 보완해 다양한 행정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고 개정 법률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무총장직 신설에 대한 반대의견도 적지않다. 야당쪽에서는 사무총장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차관급 사무총장직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다. 정부가 임명권을 갖기 때문에 결국 정부나 여권의 힘이 실리고, 결국 '합의제'로 출범한 방통위가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류근찬 의원(자유선진당)이 차관급이 아닌 1급 사무총장직 신설을 골자로 한 수정법안 발의를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임위원들도 내심 '차관급 사무총장직'을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무총장직이 신설되면 상임위원의 권한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야당은 물론 여당 추천 위원들 입장에서도 반길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차관급 사무총장은 상임위원과 동급이라는 점에서 상임위원들의 부담은 더 할 수 있다.
그러나 1급 사무총장직은 실국장과 동급이라는 점에서 지휘통제가 발휘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무총장직 신설은 고위공무원 자리 하나를 늘리는 의미가 아닌 의결안건과 사무처 위임안건(사실상 위원장 전결)을 구분하는 기준, 즉, 사무총장의 역할을 어디까지 할 것이냐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에는 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을 19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방송통신 기본계획부터 위원회의 예산 편성 및 집행까지 조직, 인사를 제외한 전체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 상임위 의결안건과 사무총장을 통한 위원장의 전결안건 구분 논의는 새로운 이슈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