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부도율 왜 낮은가 했더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임동욱 기자 2009.03.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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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담대(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착시효과'

"어음부도율로는 한국경제가 위기는 아니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으나 어음부도율은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런 '착시' 현상은 기업들이 어음 대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하 외담대) 등을 활용하면서 나타났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기업 연체율↑, 어음부도율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말 1.30%에서 12월 1.46%로 높아졌고, 올 1월에는 2%를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어음부도율(전자결제조정후)은 지난 1월 0.04%로 지난해 1월(0.03%)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기업들이 어음 대신 외담대나 구매자금대출, 네트워크론 등 종전 어음을 대체하는 금융상품을 활용한 결과다.



은행의 외담대 잔액은 모두 16조원으로 불어났고, 다른 대출상품도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 어음부도율 대신 이들 상품의 연체율이 올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은행들도 거래기업의 어음결제보다 결제성 대출 현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들은 기존 대출한도를 줄이는 한편 신규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 외담대의 리스크관리에 착수했다.

A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원청업체의 신용등급이 'BBB' 이상이면 대출이 나갔으나 올해부터는 기준을 'A등급'으로 상향했다"며 "특히 외담대의 경우 대출을 받는 하청업체에 대한 평가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중기, 피해 전염 통로=외담대 등은 대기업의 자금난을 고스란히 중소기업으로 전가하는 도관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외담대의 상환청구권 조항이 문제가 된다.

상환청구권이란 대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중소 협력업체들이 대신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은행들은 외담대의 70%가량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만 상환청구권 없는 외담대 대출을 활용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외담대는 2001년 어음할인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경제위기 상황에는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용보강이 어렵다는 점도 중소업체의 위험을 키운다.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받는 경우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으나 규정이 까다로워 보증서를 받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이다. 실제 이와 관련한 기보의 보증실적은 지난해 1건이었고 신보의 경우 21개 업체, 47억원에 불과했다.

은행들은 상환청구권 활용 등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은 관계자는 "외담대는 사실상 전자어음과 같은 성격으로 법적으로나 제도상 문제가 없다"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건 하청업체들이어서 은행들이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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