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시장…'진주 이삭' 줍기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9.03.0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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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수도권에 주변 시세보다 싸면 '금상첨화'

정부의 2.12 대책 이후 수도권 미분양시장에 '이삭줍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비롯해 개발 호재가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의 알짜 미분양아파트 찾기가 한창이다.
미분양시장…'진주 이삭' 줍기


전매제한 완화(5년→3년)에다, 미분양을 포함한 신축주택에 대해 5년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까지 주어져 톡톡히 수혜를 누릴 수 있어서다. 더구나 양도세의 경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 감면폭이 당초 정부안에선 50%였으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60%로 확대, 수요자들로선 쾌재를 부르게 됐다.

물론 이처럼 조건이 좋아진 만큼 경기ㆍ인천 등의 과밀억제권역에서 미분양아파트를 처리하고 있는 건설사들도 신바람이 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양도세 감면 기간이 당초 올 연말까지에서 내년 2월11일까지로 한달 이상 늘어남에 따라 신규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도 한층 더 여유가 생겼다.



◆인천ㆍ김포 등 미분양시장 활기

인천 청라지구 A24블록에 들어설 원건설의 '힐데스하임'(1284가구)은 지난해 10월 정규분양 이후 미계약분에 대한 수요자들의 입질이 거의 없었으나 이달 중순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평소 하루 평균 30~40명이던 모델하우스의 주말 방문객이 최고 300명까지로 늘어나며 관심이 모아졌다. 2.12 대책이후 불과 보름도 안 돼 가계약분만 200건이 넘었다.

이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2.12 대책 발표 후 주말에만 평소보다 5배에 가까운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최근 가계약 상황을 감안할 때 분위기만 유지된다면 빠른 시일 내 미분양 물량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순풍이 불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1202가구) 모델하우스에도 주말 방문객만 최대 500명까지 늘었다는 게 우남건설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종전에 30%가량 남은 미계약분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지난 주말에는 50여건이 계약됐다. 2개월에 걸쳐 나와야 할 결과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우남건설 분양 관계자는 "김포와 서울 강서권 중심으로 편중됐던 계약자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우남건설은 계약금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추는 등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조기 분양 완료에 나설 방침이다.

◆지하철ㆍ도로 등 교통여건도 선택 기준



이 같은 상황만을 볼 때 미분양시장엔 분명 '봄날'이 찾아왔다. 하지만 수요자의 경우 이럴 때일수록 보다 더 냉정해져야 한다. 자칫 분위기에 편승, 실수를 저지를 수 있어서다.

건설사를 비롯한 공급주체 입장에선 미분양분의 빠른 소화를 위해 갖가지 유인책을 꺼내든다. 대표적인 게 분양가격 인하다. 수요자 입장에선 가장 솔깃한 유혹이기도 하다. 심지어 분양가를 깎아주는데 더해 계약금 인하와 중도금 무이자, 옵션품목 무료제공 등의 조건을 함께 내거는 사업장도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 같은 혜택을 좀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라 해도 내건 조건이 다를 수 있고 일부이긴 하지만 계약 조건에 이자후불제나 무이자 등의 조건을 현금 납부와 함께 꼬아놓은 곳도 있다.



때로는 이들 조건을 구별해내기도 어렵다. 이따금 계약 후 중도금 등을 내는 과정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간 계약 분쟁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 전 최종 납부금액이 얼마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필수다. 최초 분양가가 얼마였고 이후 공급주체가 내건 조건대로 했을 경우 얼마나 싸진 것인지 등을 반드시 계산해 봐야 한다.

물론 자신의 자금여력을 따져보는 것도 기본이다. 사상 최저치까지 내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치로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크게 낮아져 있지만, 경기 상황을 살펴야 한다. 자칫 무리한 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특히 상황이 나빠져 가격마저 떨어진다면 고통은 더 크다.



입지나 단지 규모를 살피는 것도 필수 항목 중 하나다. 주변 상권이 형성돼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라면 일단 안심할 수 있다. 여기에 대단지 아파트라면 금상첨화다. 특히 지하철이나 도로 개통 등의 계획이 있다면 매입을 고려해도 좋다.

◆계약률 부풀리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주변 시세를 감안한 선택도 중요하다. 통상 미분양의 경우 인접단지보다 분양가격이 비싼 이유도 상당하다. 따라서 주변 아파트 시세는 매우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분양 당시에는 가격이 비쌌지만, 이후 인접단지들의 시세가 올랐다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형편없이 낮은 계약률을 보이고 있는 미분양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계약률이 적어도 70~80% 이상 진행된 단지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통상 공급주체들이 계약률을 부풀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분양 단지 인근의 중개업소는 물론 해당 지역 상가 등을 돌며 계약 상황을 살피는 것이 좋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 후에는 거래가 이뤄질 단지인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거래가 활기를 띠지 않는 상황에서도 나름의 수요가 받쳐주는 곳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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