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인 분위기를 틈타 미공개 정보나 루머를 활용해 한몫 챙기려는 투기꾼도 속출했다. 어설프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일반투자자들은 대공황으로 큰 손실을 본 후에는 아예 월가에 등을 돌려버렸다.
직원 2명으로 출발한 메릴린치를 세계 최대 증권사로 키운 메릴은 업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식에 대한 관심을 제고했다. 그는 전국적인 지점망을 구축하고 모든 고객에게 수준 높은 투자자료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증권산업 환경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창조적 기업가로 분류된다.
그레이엄이나 메릴은 대공황이라는 유례 없는 위기를 맞아 모두가 움츠러든 사이 증권산업 발전의 초석을 놓은 것이다. 위기를 뛰어넘어 만든 기회도 자신 만이 아닌 산업 전반이 누릴 수 있도록 만든 점은 그들이 지금까지 존경받는 이유 중 하나다.
메릴의 성과 가운데 연수원 설립은 최근 국내 금융회사나 공공기관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대거 채택하는 인턴제의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메릴의 일대기를 다룬 '찰스 메릴과 주식투자의 대중화'(원제 Wall Street to Main Street)에 따르면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연수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유급으로 키워놓은 인재들이 결국 다른 회사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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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메릴린치 연수생의 25%가량이 이직했다. 메릴은 그러나 증권업계가 발전한다면 결국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밀어붙였다. '인재사관학교' 메릴린치를 거친 증권맨들은 증시에 호황이 찾아오자 업계의 버팀목이 됐다.
은행이나 공공기관들은 직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 '공들여' 뽑은 인턴의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평소보다 채용규모를 늘린 곳은 인턴에게 주로 허드렛일을 맡기는 실정이다. 차라리 이들을 경기회복기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금융예비군'으로 훈련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불과 반년 전 증권사들은 평소의 배나 되는 연봉을 제시하고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