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증시, 이제는 '진짜 바닥' 다가왔나

뉴욕=김준형 특파원·김경환 기자 2009.02.25 04:54
글자크기

최악지표 속 '회복 신호'도… 버냉키 "올 침체 종료 가능성"

미 증시가 '12년만의 최저'로 추락했던 충격을 딛고 반등했다.

전날 경기가 최악의 상태는 지났다는 낙관론을 유지했던 투자자마저 두손을 드는 모습이었지만, '마지막 낙관론자마저 돌아설때가 바닥',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경험론은 여전히 시장을 지탱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 소비-주택 지표, 회복 신호 잦아진다



마켓워치는 이날 실제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수들을 정리했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의 관건인 소비가 회복될 조짐이 없지 않다.
1월 소매 매출은 1% 상승,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반전했다. 소비재 및 비군사용 자본재 주문도 1월 들어 상승세를 보였으며 소비자 신용 감소추세가 지난달 진정세를 보이는 등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다소나마 열릴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지난달 상승세를 보였고 서비스 지수는 두달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생산자 물가지수 역시 두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가 지난달 6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소비 회복 조짐으로 풀이된다.
구리 철강과 같은 원자재 해운 물동량을 지수화한 발틱 건화물지수는 저점대비 두배로 뛰었다. 실물경기 투자가 늘고 있다는 증거이다.

주택부문 역시 간헐적으로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기존주택매매 및 잠정주택매매 역시 상승세를 보였으며 1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도 올해 다소나마 개선됐다

◇ 신용경색 완화, 회사채 발행 증가


여전히 금융기관들의 생존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억누르고 있지만 지표상으로는 지난해 11월과 비교할때 금융시장 회복세가 뚜렷하다.
한때 5%에 근접했던 3개월 런던 은행간 금리(리보)는 1.2% 수준으로 내려왔다.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왑 가산금리도 고점대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규모는 1270억달러로 지난해 5월 이후 최대에 달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몇몇 은행들의 보유자산가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금리인하 덕분에 신규 모기지 신청 및 기존 모기지 계약연장 건수가 늘고 있다.

◇ 아직은 비관적 지표 '홍수'..."걷기 위해 기는 단계"

물론 이같은 낙관론을 능가하는 비관적 지수들 역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민간연구소 컨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기대지수만 해도 전달 37.4에서 추락한 25를 기록, 1967년 집계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 35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12월 S&P/케이스실러지수도 전년동기대비 18.5% 하락하며 사상 최대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어윈 켈너 마켓워치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아직 갈길은 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아이가 걷기 위해서는 기어야 한다"며 미국 경제는 이제 걷기 위해 기어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 버냉키 증언에서도 '희망' 발견...보글 "증시에 투자하라"



월가는 이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의회 증언에 주목했다.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축 상황에 놓여 있으며,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기조를 이뤘지만, 그보다는 올해안에 경기침체가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 위원회의 반기 경제 증언에서 "정부, 의회, FRB가 성공적으로 금융 안정을 환원하는 일부 조치를 취하는데 성공할 경우 현재 경기침체는 2009년에 끝나고 2010년부터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는 "경기부양책과 통화정책 등이 서로 조화를 이뤄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가드500 지수펀드를 창립한 전설적인 투자자 존 보글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S&P500지수가 53% 추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이번 경기침체가 2년간 더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글은 그러나 "지금 시기는 인간의 영혼 특히 투자자들의 영혼을 시험하는 시기"라면서 "증시는 최악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 할인돼 있으며 증시 저점이 마침내 가까워오고 있다"고 밝혔다. 보글은 "더 많은 은퇴 저축을 증시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