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1주년 '베스트3, 워스트3'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9.02.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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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정권탈환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위풍당당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표차로 집권한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와 '선진일류국가'를 바라는 국민의 꿈을 이뤄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불굴의 의지로 30대 사장, 40대 회장의 신화를 창조한 이 대통령의 최고경영자(CEO) 경력은 이 같은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쇠고기 파동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표되는 대내외 악재로 1년 내내 시달려야 했다. 한때 10%대로 급전직하했던 국정지지도는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비판적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가 불황에 빠진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의 위력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정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국정쇄신에 나섰다. 경제회생과 민생개혁에 올인하기 위해 측근세력을 대거 전진 배치하는 등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부재와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 등 지난 1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경우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가운데 가장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다. 정권을 위협하는 경제위기가 역설적으로 이 대통령의 CEO본능을 깨웠다는 지적이다.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규제개혁과 주변 4강과의 관계 격상도 베스트 성과로 꼽혔다.



반면 '고소영S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으로 대표되는 인사실패와 국민과의 소통부재, 변죽만 올린 공기업 개혁 등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돋보인 경제위기 대처=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 대통령의 진면목을 새롭게 보게 됐다"고 말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아 각국 정부가 우왕좌왕할 때 적극적인 감세와 재정투입 등 맥을 집어내는 정책을 주도했다는 것. 수출비중이 큰 만큼 한국 역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나름대로 선제적 대응으로 파장을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기조장이라는 야당의 반격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판 '워룸(전시상황실)'격인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발빠른 대처도 돋보였다.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에 합의해 일촉즉발의 외환위기를 해소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강도 높은 규제개혁= 기업인 시절부터 규제의 폐해를 뼈저리게 실감했던 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해 매월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정부 출범 직후 규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다. 지난 1년간 총 1202건의 규제와 630개의 법령을 정비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수도권규제 합리화, 금산분리 완화, 대기업 집단규제 합리적 개편, 주택건설 규제 합리화, 한계농지 소유 및 거래제한 폐지 등 역대 정부에서 논의조차 어려웠던 핵심규제를 전격적으로 풀었다.


◇초석 다진 4강 외교= 한미 통화스왑 체결에는 이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가 한몫 했다는 게 정설이다. 협상을 주도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선진국이 아닌 나라와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라며 "부시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양국은 한국에서 10년만의 보수정권 출범이후 급속히 관계가 개선됐다. 일본과 셔틀 정상외교를 재개하고, 중국,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등 주변 4강과의 관계를 복원, 강화시켰다.

◇MB 아킬레스 인사실패= MB정부의 인사는 만사(萬事)가 아니라 망사(亡事)다. 인재를 발탁하고 쓰는 인사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돌이켜 보면 현 정부의 위기 징후는 출범 초기 '강부자(강남땅부자)' 조각 파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같은 현상은 계속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논문 중복 게재 및 표절, 편법 증여,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등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의혹 백화점'으로 불릴 정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 사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집착이 인사실패로 이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답답한 소통부재= 이명박 정부의 실패 배경으로 소통부재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줄곧 거론된다. '강부자' 인사파동과 한미쇠고기 협상은 민심이반을 초래한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정부 조직과 국민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반성했다.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미지수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만든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용산참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군포 연쇄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e-메일을 경찰에 보낸 것을 보면 문제는 여전한 것 같다는 지적이다.

◇실종된 공기업 개혁=정부 출범 초기 공기업 개혁에 쏟아지는 국민적 지지는 대단했다. '신도 부러워할 직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만한 경영과 독점이 낳은 폐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개혁'을 MB노믹스의 상징으로 내세워 강력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촛불시위와 노조반대로 흔들리던 공기업 개혁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흐지부지됐다. 핵심이라고 할 산업은행 민영화, 신보·기보 통합, 주공·토공 통합이 변질되면서 나머지 개혁도 뒤틀어져 버렸다. 이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공기업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는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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