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중' 김 추기경, 타고난 성직자상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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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을 본따 만든 피규어(사진제공: 평화방송, 평화신문)↑ 김수환 추기경을 본따 만든 피규어(사진제공: 평화방송, 평화신문)


16일 김수환 추기경이 영면에 들어갔다. 한국 현대사와 궤적을 같이하며 힘든 시기 곁을 지켜주는 큰 어른이었다. 그를 아버지같은 존재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인자하고 소탈한 인상의 고인의 얼굴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긴 인중이었다. 그를 묘사한 신문 만평이나 캐리커처에는 그러한 특징이 부각되곤 했다.



동양 물형관상가들은 그의 얼굴을 '낙타상'이라고 분류하기도 했다. '대신 지고가야할 짐이 몹시 많은 성직자의 관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보면 그는 타고난 신부였다.

인상학자인 주선희 교수(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는 "김수환 추기경은 긴 인중이 인상적인데,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관상이다. 일반 가정의 아버지였다면 자식이 많았을 것이고 자손들로부터 존경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중이 길면 가문이 좋고 자녀가 많다고 한다. 고인은 성직자로서 친자녀가 없지만 대자(代子)와 자녀처럼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인중이 길면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성격이다. 늘 생각하고, 기도하고, 믿음으로 지도해야 하는 추기경의 자리에 상당히 어울리는 인중이라는 평가다.

성격이 급하면 인중이 짧아진다. 긴박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입술 위의 근육을 빨리 당기면서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추기경은 인중이 길면서도 윗입술이 단정하게 치아를 잘 감싸고 있어 조용한 카리스마가 특징적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외모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도 있다. 지난 2004년 출간된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라는 회고록에 공개된 내용이다. 김수환 추기경에게는 몇 십년간 따라다닌 할머니 스토커가 있었다고 한다. 김 추기경이 눈길도 주지 않자 이 할머니는 "얼굴도 못생긴 게 아는 척도 안 한다"고 불평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추기경은 "못생겼다고? 옳거니, 잘됐다"고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김 추기경은 그러면서도 "자꾸 보니까 내가 잘생겼는지 이 할머니는 주교관에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술회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제자도 고인을 애도하면서 그의 인상적 외모에 대해 한마디 던졌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955년 5월 김천 성의상업학교(현 성의중·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를 회상하며 "서른세 살에 교장 선생님으로 온 김수환 추기경이 잘 부탁한다고 말을 했었다. 입은 이래 쑤욱 나와 가지고, 인물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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