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졸업백수' 대책은 없는가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학 교수 2009.02.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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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졸업백수' 대책은 없는가


최근 보도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업자 수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통계상의 실업자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가사를 돕는 남성 등 사실상의 실업자를 합한 숫자가 무려 333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숫자는 전달에 비해 32만명이 늘어난 것이고,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하면 28만명이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경기회복이 단기간내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고 보면, 실로 걱정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달에 고교 및 대학의 졸업생 50~60만명이 대거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을 감안한다면 실업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 뻔하다.



이렇듯 실업대란이 가속화되면서 대학가에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하루라도 빨리 학업을 마치고 직장을 구해 사회에 진출하려는 경향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일자리구하기가 힘들어 취업준비를 위해 어학연수, 자격증취득 등의 이유로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러다보니 요즘 대학가는 보통 5년 이상 대학에 학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인 현상처럼 되어가고 있다. 공부가 좋아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취업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허송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학생들 간에 실업예정자, 졸업백수 등의 자조적인 신조어들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렇게 청년실업이 국가적,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유발시키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책을 보면 실망스럽기만 하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대책은 중소기업 등 청년인턴제확대와 글로벌 청년리더 10만명 양성의 2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명칭만 다소 바뀌었을 뿐 그 내용을 보면 이미 노무현 정부시절 시행하였다가 성과를 보지 못해 폐지됐던 것들을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특히 이번에 시행하는 인턴제는 채용기간이 2개월에서부터 1년 미만의 비정규직인데다가 이 역시 내년이 되면 당장 5만명에 가까운 임시직 노동자를 양산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정규직 전환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단기 처방식 실업대책이 앞으로 보다 큰 실업문제를 잉태시키는 격이 됐다.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 사업 역시 짧은 기간의 연수만으로는 유능한 인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그 효과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듯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 마다 모두 그 효과보다는 단기처방의 임시 방편책, 아니면 전시 효과만을 노리고 있다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위기를 맞아 주저앉는가 아니면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가 하는 매우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위기상황극복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실업문제를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는 대책마다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IT산업의 발전과 함께 실물경제시대를 지나 지식경제시대를 맞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특징은 지식, 정보, 기술 등 무형재화를 기반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기계화, 자동화, 전산화가 인력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과거보다 인력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도 과거처럼 직접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효율성제고 차원에서 일자리는 감소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건설 중심의 단기 일자리 창출의 실업대책도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들의 꿈이 곧 이 나라의 미래다. 이러한 관점에서 청년실업대책 또한 과거의 사고와 모델에서 벗어나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미래지향적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우리 정부와 기업이 모두 힘을 합하여 청년들이 인생을 걸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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