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전쟁'..부방+쿠첸, "쿠쿠에 대항"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9.02.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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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위 부방, 쿠첸(3위) 인수.. "판도 바꾼다" VS "문제없다"

조용하던 국내 밥솥 시장이 18일 시끌벅적해졌다. '밥솥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포문은 부방테크론 (1,697원 ▲75 +4.62%) '리홈'이 열었다.

부방은 30년 넘게 밥솥을 생산해 온 생활가전 전문 기업이다. 1976년 설립된 삼신공업사가 전신이다. 지난해 5000억 원 규모의 국내 밥솥 시장에서 점유율(MS) 23%로 2위를 기록했다. 3위 웅진쿠첸(19%)과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점유율 60%대의 업계 1위 쿠쿠홈시스와는 4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쿠쿠 타도'를 위해 부방은 쿠첸을 인수했다. 부방은 이날 쿠첸 제품의 금형, 매출채권, 상표권 등을 포함해 밥솥 사업부를 260억 원에 인수키로 계약을 맺었다. 부방은 쿠첸을 독립 브랜드로 계속 유지해갈 방침이다.

쿠첸과 합쳐 점유율을 40%대로 끌어 올린 부방 측은 "생활가전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밥솥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쿠첸 밥솥사업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부방과 쿠첸의 합병설이 처음 나온 건 3년 전이다. "쿠쿠를 넘어서기 위해 부방과 쿠첸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양사는 부인했다. 대신 각사가 전투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인수에 관한 구체적인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같이 의기투합해보자"고 큰 틀에서 합의하고 협상 물밑작업에 착수, 지난 1월 본격적인 협상을 개시했고 한 달여 만인 2월 협상을 매듭지었다.

물론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인수대금에서 시작해 고용승계 문제까지 협상 조건 하나하나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난항도 많았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방으로서는 밥솥 사업이 주력인 가운데 쿠쿠와의 격차를 좁히고 국내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선 쿠첸과 손을 잡는 거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웅진그룹도 국내 밥솥 시장의 구도를 직시하고 있는 가운데 새해 들어 그룹 계열사 및 사업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때여서 양사간 이해관계가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부방과 쿠첸의 합병에 대해 쿠쿠 측은 "그래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브랜드 로열티가 높아지는 데다 그간 시장에서 쌓은 신뢰가 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쿠쿠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밥솥 시장에서 빠지면서 MS가 고스란히 쿠쿠에 왔고 이번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쿠쿠홈시스는 1998년 독립브랜드로 런칭, 이듬해인 1999년 업계 1위로 올라선 후 10년째 1위를 내주지 않고 있다. 올해는 경제 상황에 맞게 중·저가형 라인업을 확대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점유율을 더 높인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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