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녀는 영화배우였을 때 여자로서 가질만한 것은 남편과 자식 빼고 다 가졌다. 얼굴 예쁘지, 몸매 좋지, 돈 많지, 인기 있지, 연기 잘하지, 영향력 있지… 도대체 저 여잔 무슨 복을 타고 났길래 저리 잘 사나 싶었지만 심은하는 그 때를 '헛헛하고 부족했던 삶'이라고 기억한다.
심은하 인터뷰를 읽으며 어울리지 않게 연쇄 살인범으로 붙잡힌 강호순이 떠올랐다. 강호순은 심은하의 반대편에 서 있다. 심은하가 버리고 비우는 삶을 보여준다면 강호순은 가지고 채워도 만족되지 않는 삶의 전형이다.
그럼에도 그는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결혼을 4번이나 한 것도 한 여자와의 가정생활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살인도 돈이 없어 어쩌다 실수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 욕망의 수단으로, 쾌락을 얻는 방법으로 저질렀다 한다.
잘 생기고 돈 있고 부인 있고 아이들까지 있었지만 그는 늘 새로운 자극, 새로운 만족, 새로운 쾌락을 구해 욕망을 채우려 했다. 하지만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고 늘 헛헛하고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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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며 욕망을 채우는 것이 성공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좋은 대학에 가려, 더 좋은 직업을 얻으려, 더 많은 돈을 벌려, 더 많은 권력을 가지려, 더 많은 존경을 받으려 발버둥친다. "더 많이"를 외치는 마음의 소리는 아무리,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져도 잦아들지 않는다.
하지만 욕망은 더 갖는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반대로 비울 때 채워진다. 프로골퍼 최경주의 인생철학은 계단, 잡초, 그리고 빈잔이다. 계단은 높아지려 하면 한 계단 내려오라는 의미에서 겸손이고 잡초는 강한 정신이다. 그리고 빈잔은 비워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잔이 비어있어야 새로운 것이 채워진다. 손을 비워야 새로운 것을 집을 수 있다.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는 분들, 소득이 줄어드는 분들, 각종 어려움에 처해 한숨 짓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 역으로 삶이 비워지고 있다고, 새로 채워지기 위해 비워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비움으로 더 큰 것이, 더 좋은 것이 채워질 것이라고 기대해보자. 심은하의 고백처럼 과거의 좋았던 것을 그리워하며 한탄하기보다 그 좋았던 것에서 힘을 얻어 더 좋은 것이 다가올 것이라고 믿어보자. 이 고난이, 이 가난이 비워냄으로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긍정할 때 삶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