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쌓아도 부족한 대손충당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02.09 07:57
글자크기

은행 지난해 적립액 전년의 2배… 대출연체 우려에 올해 부담 더 커

시중은행들이 불어나는 대손충당금에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무릅쓰고 10조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으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탓이다.

특히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는 등 상황이 악화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금융당국은 자칫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10조 쌓아도 부족한 대손충당금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은 9조9000억원으로 전년(4조50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미 실적을 공개한 신한은행은 전년보다 47% 증가한 865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외환은행 (0원 %)은 2배 넘게 증가한 7257억원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국민·우리·하나은행 등의 적립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의 충당금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됐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엔 1350억원에 불과했으나 3분기 2960억원, 4분기 4340억원 등으로 치솟았다.



은행들은 올해 대손충당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건설·조선사의 2차 옥석가리기에서 '돌'(石)로 분류될 곳이 상당하다는 우려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뿐 아니라 은행대출이 중단된 곳이 많아 이미 부실이 발생한 걸로 봐야 한다"며 "규모는 확정하지 못했으나 충당금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연체 증가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연체율(1개월 이상)이 0.72%를 기록했다. 전년말 및 9월말 대비 각각 0.8%, 0.0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소호 포함)의 연체율은 1년 전 0.94%에서 1.25%로 높아졌다. 연체율 상승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요주의' 여신은 신한지주 전체로는 2조3320억원으로 9월 말보다 56% 증가하고 '고정이하' 여신도 2조470억원으로 늘었다.


외환은행도 총연체율이 2007년 0.56%에서 지난해말 0.92%로 크게 올랐다. 가계대출(0.34%→0.42%)뿐 아니라 대기업(0.04%→0.30%) 중기업(0.87%→1.54%) 등 전부문이 악화됐다. 무수익 여신비율 또한 0.61%에서 1.06%로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중소기업 가운데 만기연장 때 이자를 납입하기 어려운 곳이 의외로 많다"며 "특히 경기침체 영향으로 500조원 이상의 가계대출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은행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쌓은 충당금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이 미칠 파장을 우려한다. 은행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악화되면 중소기업 및 가계에 대한 지원여력이 감소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은 현재보다 미래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을 지녔다"면서도 "충당금의 영향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면 자칫 중소기업 지원이 소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