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 주거용 오피스텔 단속 물의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장시복 기자 2009.02.08 15:41
글자크기

6개단지에 방문조사 안내문 발송…'정부방침과 배치' 지적

서울 용산구청이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피스텔을 단속키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오피스텔이 1∼2인 가구를 흡수하는 소형주택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근 바닥 난방과 욕실건립 규제를 완화한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엇박자 행정'이란 지적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용산구청은 준공 2년 미만인 한강로1가 대우월드마크타워용산,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 1·2단지, 문배동 이안용산프리미어·CJ나인파크·용산아크로타워 등 구내 오피스텔 6곳에 "주거용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지난달 발송했다.



안내문에는 벤처사업가·외국인바이어·애니메이터·웹디자이너·컨설팅사업자·예술가 등이 숙식하면서 일하는 공간이 필요해 오피스텔 제도가 도입됐다고 명기돼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가 직접 방문, 가족단위가 거주하고 있거나 전용면적 중 업무공간이 50% 미만일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지자체가 전수 조사에 나서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아파트 단지내 오피스텔은 70∼80% 이상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다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기습 방문하지 않는 한 모든 가구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다.



해당 단지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A단지 한 입주민은 "오피스텔에 거주해야 하는 직업군이 정해져 있는지는 구청 안내문을 보고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주거용 오피스텔이 문제가 있다면 분양이나 임대가 이뤄질 때마다 아파트처럼 적격여부를 왜 조사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B단지 한 주민은 "오피스텔이 밀집돼 있는 강남구청이나 마포구청이 전수조사를 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며 "현실적으로 수백, 수천 명의 주민에게 벌금을 물릴 수 없는데다 형평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용산구청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C단지 인근 한 중개업자는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것처럼 현실과 괴리가 있는 제도도 언젠가는 고쳐지기 마련"이라며 "정부 방침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엇박자 전수조사로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용산참사 수습에나 주력했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관련 민원이 제기돼 단속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구청 한 관계자는 "재개발 입주권과 관련해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의 무단용도변경 여부를 단속하자 상가 소유자들이 '오피스텔도 조사하라'는 민원을 제기했다"며 "민원사항을 무시할 수 없어 신규 입주 오피스텔 6곳만 우선 조사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현장 조사를 나가더라도 공실이 많을 것이란 예상은 하고 있다"며 "욕조나 발코니를 설치하는 등 내부 설계를 훼손하지 않는 한 입주자가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토해양부는 용산구청 오피스텔 전수조사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당수 오피스텔이 주거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업무공간 비율을 들먹이며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는 건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정부나 서울시에 협의도 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기준만 가지고 단속을 벌이는 건 행정상 혼선을 빚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이 일부 오피스텔에 발송한 안내문↑용산구청이 일부 오피스텔에 발송한 안내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