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쟁상황에 한가한 보고서 쓰지 말라"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2.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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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의 한 마디에 기획재정부의 보고서 스타일이 바뀌었다.

통상 재정부 공무원들의 보고서는 '검토배경' '추진현황' 등 제목만으로는 세부 사항을 알 수 없고 내용을 모두 다 읽어 봐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말 강 장관이 몇몇 실국장들로부터 보고를 받던 중 "지금은 전쟁상황"이라며 "한가한 보고서는 쓰지 말라"고 지시했고 이후부터는 기존 스타일대로 보고서를 만들 수 없게 됐다.



보고서를 찬찬히 뜯어 읽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시시각각 악화되는 상황에서 보고서 한눈에 내용이 들어 오지 않는 보고서가 비효율적이고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는 의미였다.

이같은 이유로 강 장관이 요구했던 것은 신문의 제목처럼 목차만 보고도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보고서였다.



강 장관은 또 신문기사처럼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세부사항을 자세하게 풀어가는 두괄식 방식으로 보고서를 꾸밀 것을 지시했다.

재정부의 한 국장은 "강 장관이 내용 전체를 다 읽어보지 않고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옛날식 보고서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며 "이후로는 핵심내용을 표현한 제목과 목차를 사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밤샘을 해 가며 만들었던 보고서가 퇴짜를 맞자 난감해 했던 실국장들이 대부분 강 장관의 요구를 수용해 보고서를 만들게 됐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보고서 스타일은 윤증현 후보자에 대한 업무보고에도 그대로 사용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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