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돈되는 아파트에만 청약할 뿐이고"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9.01.08 16:29
글자크기

광교 이던하우스 청약미달…불황기 아파트 선택기준은 '가격'

"입지가 아무리 좋으면 뭐해요. 비싼 값에 분양받았다간 나중에 손해날 게 뻔한데…."

수도권 유망지역 분양 아파트들이 수요자들에게 잇따라 외면받고 있다.

아파트 입지는 좋지만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할 경우 순위내 청약에서 대거 미달되거나 계약률이 저조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이는 국내·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집값 추가 하락' 불안감에 청약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지방공사가 경기 광교신도시 A28블록에 내놓은 이던하우스는 지난 7일 1순위 청약에서 절반 이상 미달됐다. 662가구를 모집했는데 329명만 신청, 333가구가 2순위 청약 물량으로 넘어갔다.



광교신도시는 판교와 함께 수도권 최고 인기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다소 부담스런 분양가가 수요자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모델하우스에 1만명이 넘는 내방객이 몰렸다기에 내심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요자들은 입지보다는 가격경쟁력을 아파트 선택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던하우스 분양가는 3.3㎡당 1209만원. 이는 지난해 10월 분양한 '광교 울트라참누리'보다 80만원 정도 낮지만 3.3㎡당 1000만원 안팎인 수원·용인 주변 아파트값보다는 훨씬 비싼 수준이다.


지난해 분양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옛 반포주공3단지)와 래미안퍼스티지(옛 반포주공2단지)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울 강남권 최고 요지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라는 무기를 내세웠지만 이들 단지는 3순위에서 겨우 청약 마감했다.

초기 계약률도 50∼60%선에 그쳤다. 3.3㎡당 3000만원을 웃도는 높은 분양가 때문에 계약을 포기한 수요자들이 많았다.



지난해 전국 최고 분양가로 관심을 끌었던 서울 뚝섬 상업용지 '한숲 e-편한세상'과 '한화갤러리아포레'도 마찬가지다. 이들 단지는 순위내 청약에서 80% 이상 미달됐다. 계약률은 건설사들이 공개하기를 꺼릴 정도로 낮다.

일단 청약을 했다가 높은 분양가가 부담스러워 계약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던하우스에 앞서 광교에서 최초로 분양된 '울트라참누리'는 평균 17.8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됐지만 당첨자 30% 가량이 계약을 포기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는 입지만 좋으면 분양가가 비싸도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리지만 침체기에는 '입지우선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며 "광교신도시나 반포·뚝섬처럼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