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은행의 신경전 "새해에도 여전"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1.02 15:36
글자크기

은행의 한은 RP 선호도 여전…한은과 은행간 '핑퐁게임' 지속

새해에도 한국은행과 시중 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은행권의 부동자금을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크레디트물(신용위험이 있는 채권)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자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일정 기간 후 되사주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 매입을 선호하고 있다.



한은이 2일 새해 첫번째 정례 RP 매각을 실시한 결과 응찰액은 총 39조9000억원이었다. 한은은 이중 13조원만을 받고 나머지를 돌려 보냈다.

은행권의 부동자금은 한은의 RP 매각에 몰려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응찰액은 무려 44조5500억원으로, 전 주의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앞서 12월 18일에는 응찰액이 41조27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은 세 매각 모두 낙찰액 규모를 13조원으로 제약하고 나머지를 돌려보냈다.



RP의 매각금리는 3.0%다.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3.0%로 내렸기 때문이다. 한은이 당초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1.0%포인트나 내린 이유에는 한은으로 몰려드는 부동자금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한은에 맡기는 '자금조정예금'(이자가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낮다)의 금리는 2.0%로 내려간 상태다.

임형준 한은 시장운영팀 차장은 "여전히 은행권의 RP 매입 의지가 강하다"며 "시중 단기 유동자금의 규모를 고려해 RP 매각 금액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차장은 이어 "RP와 자금조정예금의 낮은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향후 시중 유동성이 크레디트물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1~2주의 추이가 어떻게 나타날 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시중에 외화 27조5000억원, 원화 19조원, 예금지급준비금 이자 5000억원 등 총 47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크레디트물 매수를 꺼리고 있다. 크레디트물을 매입하면 해당 물의 위험도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곧 BIS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시중 은행의 보수적인 자금운용은 이달 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에 올 1월말까지 BIS 비율 12%, 기본자본비율 9%를 충족하라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한은 RP 매입을 선호하고 있고, 그나마 여의치 않은 자금을 자금조정예금에 넣어두고 있다. 자금조정예금 규모는 공식 발표되지 않지만 지난해 말부터 크게 늘어 15조원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RP 매각 규모(13조원)와 합치면 무려 30조원 가량이 한은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