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 승자들, 지독한 후유증

더벨 김은정 기자 2009.01.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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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크레딧리뷰]금호·두산 유동성위기설…한화 대우조선 인수무산 가능성

이 기사는 12월31일(19:0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초대형 인수합병(M&A)의 승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갑자기불어닥친 금융위기로 돈줄이 막히면서 유동성 부족에 빠지거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설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하이마트와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그룹은 재매각의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거의 손에 넣은 줄 알았던 한화는 인수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몰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M&A의 희로애락(喜怒哀樂



2006년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 (98,800원 ▲2,100 +2.17%)까지 삼킨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올해 최고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규모 외부자금을 동원한 두 차례의 M&A에서 승자가 됐지만 그로 인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우려와 의심을 한몸에 받는 신세가 됐다.

대우건설 (3,900원 ▼60 -1.52%)의 경우 1조6457억원의 대한통운 인수자금 분담 등으로 2008년 9월말 기준 순차입금이 2조3505억원에 이르렀다. 대한통운과 사업적 시너지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됐지만 그룹의 기업 인수와 관련 재무부담 리스크(위험)는 우려 요인이 됐다. 결국 대우건설의 장기신용등급은 건설사 유동성 위기와 맞물려 12월 들어 A-로 하향 조정됐다.

아시아나항공 (9,540원 ▼230 -2.35%)은 영업현금창출규모가 감소하는 가운데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하게 됐다. 분담액은 총 1조3970억원 정도다. 소요 자금 대부분을 교환사채(EB)와 인수금융 등 외부차입에 의존해 재무안정성이 떨어졌다.




건설경기 침체·금융시장 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해 7월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대두됐다. 악화된 시장 환경과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조건이 겹쳐 위기설이 증폭된 것이다.



유동성 위기설이 확대되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례없이 크레딧 기업설명회(IR)를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적으로 총 5조90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도 계획했다. 금호생명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매각 등이 나왔다.



한기평은 대우건설의 주가가 향후 30%이상 하락하고 재무적 투자자(FI)가 70%이상 풋옵션을 행사한다면 2조3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09년 12월까지 원활한 자산매각을 위해 장부가격의 70%수준으로 매각을 단행한다면 최소 3조원의 대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기준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단기성 차입금 상환부담은 약 9000억원 안팎이다.



◇유진그룹, 재매각의 속앓이



유진그룹은 올해 1월 특수목적법인(SPC)인 유진하이마트홀딩스를 활용해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총 1조9500억원 정도다. 유진기업 3790억원, 고려시멘트 150억원,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과 특수관계자가 1910억원을 SPC에 대한 자본출자 형태로 부담했다.

또 SPC는 전환사채(CB) 3000억원과 대주단 차입금 1조1000억원을 자체 차입해 자금을 조달했다. 하이마트 인수와 기초소재·고려시멘트와 흡수합병 결과 8162억원까지 늘어난 그룹의 총 차입금은 연간 400억원 이상의 순 금융비용을 발생시켰다.

하이마트 인수로 인해 그룹 전반의 재무안정성이 약화됐지만 자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반영해 당시 계열사들의 기존 신용등급은 유지됐다.



유진기업 역시 하이마트 인수와 관련한 자금소요로 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 운전자본까지 늘어나 순 차입금이 인수 전에 비해 약 943억원 증가했다. 2008년 9월 기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0.5배, 자산총계 대비 총차입금이 56.6%를 기록했다.

결국 유진그룹은 기초소재의 인천 시멘트 공장과 한국GW물류 지분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유진투자증권 매각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하이마트 LBO에 따른 원금 상환과 이자 비용 부담이 문제였다.

한국신용평가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인수 당시 발표했던 구조조정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각 예정자산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며 지난 30일 유진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랜드그룹·두산그룹, M&A 소화불량

2006년 까르푸(이랜드리테일)를 인수해 단숨에 유통업계 강자로 떠오른 이랜드그룹은 올해 이랜드리테일을 토해내야 했다. 성공적인 차입인수(LBO)로 평가받았지만 비정규직과 관련된 노사갈등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은데다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에 실패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재매각으로 꼬인 자금문제는 풀렸지만 신용도는 악화됐다. 주력 브랜드를 상실한 이랜드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돼 향후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랜드그룹이 이랜드리테일을 재매각하지 않고 금융위기를 맞았다면 더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8월 총 10억달러 규모의 계열사 출자를 결정했다.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Bobcat)을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과 두산홀딩스유럽(DHEL)의 차입금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출자 결정은 밥캣 실적 악화설과 중첩돼 두산그룹의 유동성 문제로 비화됐다.

한신평은 당시 밥캣 인수와 관련된 자금조달이 직접적인 인수자의 재무부담에 국한되지 않고 그룹 전체적인 재무 구조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류사업 매각을 진행 중이다. 계열사와 보유 주식도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그러나 밥캣을 위한 10억달러의 증자에 성공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한화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2009년 크레딧시장의 관심은 온통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에 쏠려 있다.

지난 10월 한화컨소시엄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은 하향검토 등급 감시 대상에 올랐다.



신평사들은 중·단기적으로 대규모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계열사의 레버리지 확대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룹 전반의 재무안정성 저하가 예상된 데다 자금조달 방법에 따라 각 계열사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도 변동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한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대상협상자로 한화그룹이 선정됐지만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수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화그룹의 레버리지 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부 그룹 2009년에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올 한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그룹들의 경우 대규모 LBO를 통해 M&A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주가가 역사적인 최고가 시점에서 고가 인수가 이루어졌고 과도한 외부차입으로 이자비용이 커진 반면 경기침체로 수익성 제고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신용경색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버린 것도 직격탄을 날렸다.

증권사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M&A 이후 신용등급 방향은 해당 기업이 차입금 감축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증가한 레버리지(부채)를 상쇄할 수 있는 현금창출력 확보가 LBO의 위험요인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피인수 기업가치가 인수기업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8~9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며 "올해 상반기에 이뤄진 M&A는 피인수 기업가치가 인수기업 에비타 대비 11~12배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09년 주식시장이 안정돼 잉여 지분을 매각해서 차입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주식시장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아 해당 그룹들의 차입금 상환 부담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신평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 당시에 비해 악화된 시장 환경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무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2009년도에는 전 산업 영역에 걸쳐 선택과 집중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태준 한기평 평가기준실장은 “초대형 M&A의 후유증과 재무약정(Covenant) 위배 등에 따라 일부 그룹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M&A 매물의 재매각에 따른 재계 판도 변화도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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