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 수면 위로 떠오르나
이성태 총재는 "위기대응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금융규제 및 감시기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종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폭넓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은 작성 기자의 강조, 이하 동일)
이는 한은의 역할 제고를 위해 한은법상 설립목적을 기존 '물가안정' 외에 '금융시장 안정' 역할을 명시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조사권 또는 단독 검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한은법을 개정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처럼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적극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한은법 개정안은 개별 의원입법 형태로 몇 건이 국회에 올라간 상태. 한은 측은 그동안 이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해 왔으나 이번 신년사에서 암묵적이지만 한은법 개정을 적시한 발언이 나옴에 따라 향후 개정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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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직매입, 조기 추진되나
이 총재는 "신용증권의 담보 활용 폭을 넓히고 '담보가액 인정비율제'를 도입해 대출제도의 유연성과 금융기관의 담보부담 완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담보가액 인정비율제는 이번에 처음 제시됐는데, 한은의 CP 또는 회사채 직매입을 위한 사전 장치 중 하나다.
이 제도는 한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담보의 가치를 종전 액면가가 아닌 시장가치에 연동해 평가하는 제도다. 한은의 금융시장 안정역할이 커지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게 되는 담보가 많아지고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어 손실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한은은 '심각한 통화수축기'라고 판단할 경우 비상수단으로 CP 등을 직매입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현재는 한은법상 담보로 인정하는 증권은 국공채, 통안증권, 대출어음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한은은 이 증권들의 액면가를 그대로 인정해 대출해 주고 있다.
하지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비상시기라고 판단하면 CP 회사채 등을 새로 포함시킬 수 있고, 이때 발생할 손실을 막기 위한 사전장치로서 담보가액 인정비율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CP, 회사채 등으로 담보를 확대하는 것은 한은법 개정 사항"이라며 "이 제도는 한은이 대출자로서 입게 될 손실을 막기 위한 사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