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점거… 여야 충돌 초읽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12.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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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하면서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일시적인 소강 국면이 마감되고 물리적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야의 향후 전략은 법안 충돌에 대비한 구체적 행동 계획으로 초점이 급격히 이동했다.



↑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연좌농성 도중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조철희 기자↑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연좌농성 도중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조철희 기자


◇ 민주당 "악법 저지 올인"=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이날 아침 8시45분 본회의장으로 진입을 시도, 8시50분 점거를 완료하고 회의장 안쪽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농성에 들어갔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점거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을 억압하고 현재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MB악법의 무더기 상정을 온몸으로 저지하기 위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최후의 수단을 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정문 유리창에 악법 저지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또 9일째 점거 중인 국회의장실과 문방위, 행안위, 정무위 등 3개 상임위도 계속 점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아침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원로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소수가 힘으로 막아내기는 어렵겠지만 국민과 시민사회가 지지해 준다면 소수가 아닐 것"이라며 "연말까지 악법 저지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뒷문따기식 절도범 수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기습 점거 소식을 전해 듣고 국회 사무총장을 항의방문한 뒤 "도둑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특수 주거 침입을 하기 위해 열린 것이냐"고 말했다.

질서유지권 발동에 대해선 "나한테 질서유지권이 있느냐. 국회의장의 판단"이라며 답답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회의장실에서 본회의장으로 가는 뒷문을 몰래 뜯고 들어갔다니 가히 뒷문따기식 절도범 수준"이라며 "어떻게든 자신들이 끌려나가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자해정치를 위한 쇼를 당장 걷어치우라"고 밝혔다.

◇ 선진당 "국회가 서바이벌 게임장인가"…민노당 "적극 동조"=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의 반응은 갈렸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국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법안을 기습상정하거나 고지를 점거하는 서바이벌 게임장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빨리 점거농성을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김형오 국회의장도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촉구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MB 악법을 막아내기 위한 정의로운 싸움"이라며 "적극 동조하겠다"고 밝혔다.

◇ 살얼음판 정국…충돌 불가피 =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민주당의 점거 직후 국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전략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선 국회 운영위를 열어 상황을 보고받거나 사무처 차원에서 본회의장 점거 주동자를 고발하는 방안 정도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중진회의에 이어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중점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향후 처리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회법상 안건 처리는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사회를 보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 탈환에 나설 경우 여야간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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