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P매입은 최후수단…검토 안해"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2.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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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틴전시 플랜의 최후 수단일 뿐…시장에선 상반기내 도입 예상

한국은행이 기업어음(CP)의 매입을 '최후의 수단'으로 보고 당분간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A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4일 "한은의 컨틴전시 플랜에는 CP 매입을 최후의 수단으로 설정해 놓았다"며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기업 구조조정의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할 문제로, 현재 상황은 이를 본격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B 금통위원은 "현재 금리, 원/달러 환율, 주가 등이 생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심각한 통화수축기라고 판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 CP 매입, 서두르지 않는 이유= 금통위원들은 현재까지 CP 매입 건을 금통위의 정식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B 금통위원은 이에 대해 "긴박한 상황이 되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CP를 매입해야 할 것이지만 지금은 은행권 자본확충펀드 등의 성과를 지켜봐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비록 올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고, 내년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은 2.0%)보다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당장 CP 매입이란 특단 조치를 취할 시점은 아니라는 얘기다.

CP 매입에 따른 손실 문제는 도입을 주저하게 하는 핵심 이유다. '한은법 25조'에 따라 금통위는 손해배상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금통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한국은행에 손해를 끼친 때에는 당해 회의에 출석한 모든 위원은 한국은행에 대해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은 전세계 중앙은행 중 유일하게 한은법에만 있는 것으로, 지난 1950년 한은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다.

CP 매입은 심각한 통화수축기라는 비상사태에 사용하는 최후의 카드이기 때문에 CP 매입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 및 실물 부문의 안정을 위해 동원하는 '극약처방'이기 때문에 규모의 문제일 뿐 손실발생을 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에 비해 금융시장은 최근 우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시도 완만하지만 우상향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고, 지난 11일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리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회사채 금리가 예상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넘쳐나는 시중 부동자금이 서서히 회사채 시장으로 일부 흘러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선에서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돈맥경화' 현상이 서서히 해소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시장 여건이 극약처방을 쓸 만큼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CP 매입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발권력을 동원해 손실이 발생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남게 된다.



◇"상반기 CP 매입할 것"= 시장에서는 그러나 한은이 내년 상반기 안에 CP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내년초부터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하면 부실기업이 속출하게 되고,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도 충격에 휩싸일 전망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깊고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로 2.0%를 제시했을 때 중국 경제성장률을 8.0%로, 세계 경제성장률을 2.5%로 가정했다. 하지만 중국이 내년에 5%대 성장에 그치고 세계 경제성장률도 제로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속속 1%대로 낮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년 성장률을 당초 3.6%에서 1.8%로 수정했다. 앞서 금융연구원은 1.7%대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세계경제 침체가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도 결국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성장형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침체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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