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안개정국…여야 대치 이번주 고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12.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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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단독상정으로 빚어진 여야 대치 국면이 상임위원회 회의장 점거 사태로 비화하면서 연말 국회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한나라당은 법안처리를 오는 25일 이후로 미루겠다며 대화를 제의했지만 민주당은 우선 사과를 요구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한 전선을 유지했다.



◇ 與, 전열 정비…대화 제의 = 한나라당은 당초 속도전을 내건 데서 선회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도 야당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5일 성탄절까지 각급 채널을 통해 야당과 최대한 대화를 모색하겠다"며 "야당도 이제 소수 폭력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대화의 길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임위가 (야당에) 점거돼 있는데 강행처리를 하려해도 못하는 것 아니냐"며 "25일까지는 강행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야당과 협의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회개혁 법안 중 협의 처리해야 할 법안들은 야당과 전면 협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나 "야당이 생떼를 쓰는 바람에 위원회 구성이 안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안건을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했다"며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고 기다려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 野, MB 직접 겨냥…강공 =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강공을 폈다. 특히 현 상황을 '이명박의, 이명박에 의한, 이명박을 위한 전쟁'으로 규정하고 대화의 조건으로 이 대통령의 사과를 내걸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데 대해 사과하고 불법 날치기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전에는 대화와 협상을 구걸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대변인도 "한나라당의 대화 제의는 반성 없는 날치기 수순 밟기"라며 "성탄절 이후에 MB악법을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최후통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전 상임위 전면봉쇄 기조를 유지하되 반시대, 반민주, 반서민 악법이 몰려있는 문화체육관광방송위와 정무위, 행정안전위 등 3개 상임위에 전력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 이번 주말 고비…연말 정국 분수령 = 여야가 이같은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정치권은 일단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잠시 유예됐을 뿐이라는 우려의 분위기가 강하다. 25일 이후 상황에 따라 연말 정국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란 점에서 이번 주를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한발 물러선 것도 명분 쌓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대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셈법이란 얘기다. 한미FTA 단독 상정으로 한차례 여당이 힘의 논리로 밀어붙인다는 이미지가 있는 만큼 한 템포 여유를 갖고 당내 전략을 다듬는다는 의미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이 고삐를 늦추지 않은 채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도 국정 파행의 책임이 대통령과 여당에 있음을 부각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안건과 지난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조속히 개정해야 하는 법안부터 처리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또 이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동을 통한 해법 모색도 제안했다.



여야가 처리해야 할 법안에 앞서 지난 한미FTA 비준안 단독상정 문제로 앙금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에서 막판 타협을 이룰지 다시 물리적 충돌을 재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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