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관계자는 4일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합병을 취소할 수 있는 500억원을 크게 넘어섰다"며 "이번 합병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해 연내 합병이 사실상 물 건너갔음을 시사했다. 업계는 이번 매수청구권 규모가 2000억원에 육박해 LG이노텍의 자금운용 범위를 넘어섬에 따라 LG이노텍이 합병을 철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이노텍과 마이크론은 당초 12월 31일까지 모든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짓고 내년 1월 1일자로 합병할 계획이었다.
이어 "지금 합병하면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많고 주주 가치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다른 기업들도 다들 M&A를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유동성이 완화되고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M&A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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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연내 합병은 물 건너갔지만 유동성이 완화되는 등 경기가 좋아지면 언제든 다시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용선 상무도 3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최대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가 들어와 우리 사업에 영향을 줄 정도로 유동성이 아주 경색된다면 합병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가 들어온 만큼 회사가 주주들에게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예기치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이번 합병이 어려워졌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양사를 묶어 삼성전기와 같은 종합전자부품 업체로 키우려던 LG그룹의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또 그동안 양사간의 합병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시너지 효과가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연기되더라도 R&D 부문 등은 함께 진행하고 있어 합병지연에 따른 부담은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