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네르바다" 고백 해프닝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08.12.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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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경제지 논설위원, 칼럼 올렸다 삭제

"자수한다. 내가 바로 그 미네르바다."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미네르바'를 자처한 글이 2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네르바 확인됐다는 기사를 속보로 내보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뉴스 홈페이지 화면 캡쳐▲파이낸셜뉴스 홈페이지 화면 캡쳐


발단은 이날 오후 5시경 인터넷에 올라온 모 경제지의 논설위원 칼럼.



'미네르바 자술서'란 제목으로 올라온 이 칼럼에서 필자는 "본인이 그 '미네르바'"라며 글을 전개해나갔다.

필자는 "내가 요즘 떴단다.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니 황공무지로소이다. 아마 사람들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 주가·부동산 급락을 내다본 내 신통력에 놀란 모양이다. 내가 추천한 책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인터넷 토론광장 ‘아고라’에 올린 글들을 모아 선집으로 펴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론은 ‘미네르바 신드롬’을 연일 크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부에 묻는다. 왜 사람들은 나를 순교자로 추앙할까. 왜 사람들은 정부보다 내 말에 더 귀를 기울일까. 한 마디로 정부가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반면에 나는 반토막 펀드를 쥐고 밤잠을 설치는 투자자들의 막막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그들이 나를 따르는 건 당연하다. 오늘날 위기가 10년 전 외환위기와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나같은 이들이 활개칠 공간이 널찍하게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이 정권이다"라고 강조하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시장 실패가 초래한 현재의 위기는 정부가 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자체가 갈팡질팡, 쩔쩔매고 있다. 비상시기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나 미네르바는 사이버 순교자답게 이 한몸 바쳐 난국이 풀릴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던지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칼럼이 나가자 '미네르바'는 순식간에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올랐고,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서도 글의 진위여부를 묻는 쪽지들이 폭주했다. 특히 한 인터넷 언론이 "미네르바가 신분을 밝혔다"며 속보로 보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는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칼럼을 개재한 해당 언론사는 사안이 커지자 바로 칼럼을 삭제했다. 해당 언론사 관계자는 "기사가 아니라 칼럼인 만큼 필자 개인의 개성 있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간 것일 뿐, 필자가 진짜 미네르바는 아니다"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바로 글을 내렸다"고 밝혔다.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의 이날 커밍아웃(?)은 정부부처까지 흔들었다. 해당 기사는 또 다른 언론매체를 통해 스트레이트 기사로 복제됐다. 해당 언론사를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던 언론담당 부서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팩트(사실) 인 것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상부인 윗선에 보고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

그만큼 정부부처에서도 미네르바의 정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국 ‘내가 미네르바다’라고 밝힌 글은 비유와 은유를 통한 모 경제지 논설위원의 정부정책 비판으로 일단락되면서 해당부처 대변인실은 머쓱해 했다는 전언이다.

이날 이 칼럼을 접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네르바가 정말 누구인지 궁금했었는데, 한마디로 완전하게 '낚였다'(속았다)"고 말했다. 또 한 네티즌은 "그동안 미네르바는 미지의 존재였기 때문에 그만큼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중요한 것은 신분이 아니라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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