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구제 실망…정크본드 시장 초토화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11.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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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포드 채권 가격 폭락..투기채 스프레드 역대 최고

제너럴모터스(GM)을 비롯한 자동차 산업 구제안이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투기등급인 이들 자동차 회사 채권 가격도 폭락했다. 사실상 정부의 구제가 어려워 파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장의 평가에 따라 이들 '정크본드'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는 지적이다.

19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포드와 GM 채권은 최근 액면 1달러 대비 25센트 수준에서 거래됐다. 일년전만 해도 75~80센트까지 값을 받았지만 신용경색과 자동차 시장 침체에 따라 장기 하락했다.



급기야 이날 백악관과 공화당이 구제 반대 입장을 접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GM 채권(금리 8.38%, 2033년만기)은 17센트에 거래됐다. 포드는 24.5센트(2031년만기)에 거래됐다고 조사업체인 KDP 투자 자문이 전했다. 하루만에 각각 4센트와 1.5센트 떨어졌다.

액면가의 5분의 1 수준의 채권 가격은 회사가 파산을 겨우 면하고 회복될 때 형성된다. 채권 투자자들은 이미 정부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와코비아 계열사인 에버그린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매니저인 마가렛 파텔은 "자동차 채권 가격을 보면 사람들이 단기적인 회복을 기대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 채권이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정크본드 시장 전반이 크게 경색됐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로 미재무부 채권 수익률 대비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 정크본드 시장에서 자동차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5%에 달했다. 자동차 '빅3'뿐 아니라 연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도 막대하다.

정크본드 시장은 자동차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때까지 바닥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파텔은 "투기등급 스프레드는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안정감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8일 기준 정크본드를 포함한 고수익 채권시장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메릴린치의 하이일드채권 지수('하이일드 마스터 트러스트 인덱스')에 대한 스프레드는 전날보다 3% 오른 1796bp를 기록했다. 이는 9월초에 비해 100% 뛴 것으로, 역대 최대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 매수로 몰리면서 스프레드가 폭등한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AIG 대규모 구제, 패니매와 프레디맥 구제 등에 따라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크본드는 매각 일순위다. 자동차업체들의 흉흉한 위기는 동급의 채권에 대한 투매를 낳기도 했다.



S&P는 이날 자사가 평가하는 투기등급 채권의 스프레드가 1449bp로 5년래 최대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1000bp 이상의 스프레드는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S&P의 다이앤 바자 수석 채권분석가는 "급등한 스프레드는 길고 깊은 침체의 위험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더 어렵게 한다. 10월1일 이후 미국에서는 단 한건의 하이일드 채권 발행이 있었다. 도박회사인 MGM 미러지가 7억달러짜리를 발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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