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가 끝난 대출과 유산스를 연장해달라는 수출입 중소기업들의 요청이 쇄도하지만 쓰러져가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돈을 대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정은 쉽지 않다. 지난 9월 개설 당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80원. 하지만 지금은 1400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문제는 업체의 자금조달능력이다. 업체 사장은 당초 100엔당 1100원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워 결국 만기 연장을 신청했다.
A씨는 "부실이 날 거라는 확실한 판단이 서는데도 연장을 해줘야 하는 건지…. 중소기업 사정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더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곧 무너질 게 보이는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건 일종의 '언발에 오줌누기'지만 그렇다고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지점장 대부분은 A씨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연체 여신이나 부실가능성이 많은 여신을 갖지 않은 기업영업 RM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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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기업 사정을 조사한 뒤 이자를 유예해주거나 내부 워크아웃을 하는 정도다. 한 은행은 본부당 1명씩 태스크포스를 꾸려 현장지원을 나가기도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줄이 막힌 은행이 대출을 줄이고, 자금조달능력이 약화된 기업들이 은행에 거듭 손을 내미는 상황을 타개할 만한 묘안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