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쌀 직불금 전면 개편하라

류병운 홍익대 교수(국제통상법) 2008.11.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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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쌀 직불금 전면 개편하라


쌀 직불금 국정조사가 시작된 지난 11일 농민들이 전국에서 부당수령자들을 처벌하고 추가로 쌀 직불금를 지급하라며 벼가마 야적시위를 벌였다.

젊은이들에겐 서로 우정을 확인하는 이른 바 ‘빼빼로 데이’인 이 날이 실은 ‘농민의 날’이어서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이나 쌀시장 부분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반발을 일단 무마하고 보자는 식으로 어설프게 도입된 현 직불금 제도는 애초부터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쌀 농업경영인은 경작면적 1ha(약 3000 평, 15마지기)당 70만원의 ‘고정’직불금을 받고 일종의 가격지지제도로서 ‘변동’직불금도 받는다. 농사를 많이 지으면 직불금도 많이 받다보니 가급적 경작면적을 늘리려 할 것이다.

경작면적이 많아지면 수확기도 앞당길 수밖에 없다. 결국 물벼를 콤바인으로 훑어서 건조기에 말리다 보니 쌀알에 금이 간 동할미가 과다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쌀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소시장접근 방식으로 수입되는 쌀의 양이 점점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쌀 값 하락이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현 직불금 제도는 농업경영인과 지주의 관계를 깊이 고려하지 않았다. 현재 ‘비자경(非自耕)’ 지주는 직불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없으며 만일 농사를 포기하면 ‘농지처분 이행강제금’까지 물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주는 가급적 자경을 가장하여 직불금을 수령할 수밖에 없다.
 
직불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향후 자경확인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 자경확인 강화로 문제가 해결될까? 무엇보다도 임대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는 농촌 현실에서 어느 정도 농사에 관여해야 자경인지가 애매하다. 결국 직불금 분쟁이 생길 때마다 담당 공무원은 비료의 구매나, 모판의 설치를 누가 했느냐의 기준으로 그 수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될 것이다.



결국 자경확인 강화조치는 농기계와 인력을 모두 임대하여 쓰면서 구경만 하는 늙은 농부들의 숫자만 늘려 그들을 들로 내몰게 할 것이고, 농업 경영에 대한 지주의 감독과 감시만 증가시킬 뿐이다. 정작 농업경영인들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농업보조금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이 서로 문제 삼지 않기로 한 ‘농업협정’ 제13조, 이른 바 ‘평화조항(peace clause)’이 2003말로 실효되었다. 이것은 우리의 쌀에 대한 보조금도 당연히 WTO(세계무역기구) ‘보조금협정’의 규율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쌀 시장이 점차 개방되어가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쌀 직불금 제도는 향후 통상마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쌀 직불금제도와 같은 ‘농산품’ 별 보조금들을 WTO ‘보조금협정’에 부합도록 수출입에 영향이 없고 이른바 ‘특정성’도 없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존의 보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 농가들을 일반적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통합형 농업 보조금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의 임기응변식의 대응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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